다중 호르몬 작용제의 시대: 비만과 대사질환 치료의 새로운 전환점
비만을 다기관성 전신 대사질환으로 인식 전환, 다차원적 치료 접근 필요성 대두
Tirzepatide·Retatrutide 등 다중 작용제, 기존 GLP-1 대비 우수한 체중 감소 효과 입증
질병 수정제로 진화하는 신약들, MASLD·심부전·알츠하이머병까지 치료 범위 확대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는 비만 유병률과 함께 제2형 당뇨병, 고혈압, 지방간 등 다양한 대사 관련 질환이 동반 증가하면서, 비만을 단순한 지방 축적이 아닌 ‘다기관성 전신 대사질환’으로 인식하는 패러다임 전환이 일고 있다.
이에 따라 GLP-1 단일 작용제의 한계를 극복한 다중 호르몬 작용제들이 등장하여 체중 감소뿐만 아니라 간 기능, 심혈관계, 에너지 대사 등을 종합적으로 개선하는 새로운 치료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비만, 단순한 지방 축적 아닌 전신 질환으로 인식 전환
전 세계적으로 비만 유병률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제2형 당뇨병, 고혈압, 지방간, 심혈관 질환, 심부전 등 다양한 대사 관련 질환의 발생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최근 연구들은 비만을 단순히 지방이 과잉 축적된 상태가 아니라, 뇌췌장–위장관–간–지방조직 등 다양한 기관이 복합적으로 연관된 ‘다기관성 전신 대사질환’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치료 역시 다차원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간 내 지방 축적을 기반으로 하는 MASLD (Metabolic dysfunction-associated steatotic liver disease), 보존된 박출률의 심부전(HFpEF), 심지어 알츠하이머병까지도 비만 및 인슐린 저항성과 연관된 질환 스펙트럼으로 간주되고 있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는 비만 치료 전략에도 큰 전환점을 요구하고 있다.
◆ GLP-1 단일 경로의 한계와 다중 경로로의 전환
GLP-1 수용체 작용제는 지난 10여 년간 당뇨병과 비만 치료에 있어 획기적인 효과를 보여주며 치료의 중심축이 되어왔다.
대표적으로 semaglutide(위고비)와 liraglutide(삭센다)는 식욕 억제, 체중 감소, 혈당 조절 등 다방면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이들 GLP-1 단일 작용제는 체중 감소 효과의 한계, 위장관계 부작용으로 인한 순응도 저하, 그리고 다양한 대사질환에 대한 치료 범위의 제한이라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각광받고 있는 것이 바로 ‘다중 호르몬 작용제(multi-agonist)’다.
이들은 GLP-1을 포함한 다양한 호르몬 경로를 동시에 조절함으로써 체중, 혈당, 간 기능, 심혈관계, 식욕 조절, 에너지 대사 등 여러 대사축을 종합적으로 개선하는 전략을 취한다.
주요 표적 호르몬으로는 GLP-1 외에도 GIP, 글루카곤, 아밀린, PYY 등이 있으며, 이들의 조직 특이적 작용 기전을 정밀하게 활용하려는 접근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그림1)
그림 1. Tissue-specific metabolic effects of nutrient-stimulated hormones targeted by multi-agonist therapies.
◆주목받는 다중 호르몬 작용제들
▲ Tirzepatide: GLP-1·GIP 이중 작용의 선두주자
Tirzepatide는 GLP-1과 GIP 이중 작용제로, SURPASS 및 SURMOUNT 임상을 통해 당화혈색소(HbA1c) 최대 2.5% 감소 및 평균 22% 체중 감소 효과를 입증하였다. 위장관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적고, semaglutide보다 우수한 체중 감량 효과로 미국에서는 당뇨병(Mounjaro)과 비만(Zepbound) 치료제로 승인되었으며, MASLD 적응증 확보를 위한 임상도 진행 중이다.
▲ Retatrutide: 삼중 타겟으로 최강 효과 구현
Retatrutide는 GLP-1, GIP, 글루카곤 삼중 작용제로, 단일 약제로 최대 24.2%의 체중 감소 (48주 기준)를 보여 대사수술에 필적하는 효과를 제시하였다.
간 지방을 최대 84%까지 감소시키고, HbA1c 역시 2% 이상 개선하며, 향후 MASLD와 HFpEF 치료제 역할도 기대된다.
▲ CagriSema: 아밀린 병용으로 내약성 개선
CagriSema는 semaglutide와 아밀린 유사체인 cagrilintide의 병용 제제로, GLP-1 단독 제제보다 우수한 체중 감소 효과 (최대 15.6%)와 내약성 개선 효과를 보이며, GLP-1 고용량에 불내성을 보이는 환자에게 적합한 치료 옵션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외에도 GLP-1/글루카곤 이중 작용제인 Survodutide, GLP-1/ PYY 복합제, GIP 길항제 기반 MariTide 등 다양한 신약 후보물질들이 활발히 임상 개발되고 있다.
◆경구 제제의 혁신: Orforglipron의 등장
지금까지 대부분의 GLP-1 계열 약제는 주사제 형태로, 장기 복용에 있어 순응도를 떨어뜨릴 수 있는 제약이 있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 바로 Orforglipron이다.
이 약제는 기존의 펩타이드 구조를 탈피한 경구용 소분자 GLP1 수용체 작용제로, 위장관 흡수를 위한 특별한 보조제가 없어도 충분한 생체이용률을 확보할 수 있다.
최근 ACHIEVE 연구에서는 평균 체중 7.2kg(약 7.6%) 감소, HbA1c 1.48% 감소의 유의미한 결과가 보고되었으며, 향후 대규모 비만 적응증 임상(ATTAIN 시리즈)이 기대되고 있다.
◆해결해야 할 과제와 현실적 고려사항
다중 작용제는 강력한 체중 감소 및 대사질환 개선 효과를 입증했지만, 여전히 다음과 같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존재한다.
▲ 장기 복용의 필요성
약물 중단 시 빠른 체중 재증가가 나타나서, 장기 혹은 평생 복용이 필요할 가능성이 있다.
▲ 근육량 감소 위험
체중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골격근 손실 위험도 함께 증가하며, 특히 고령자에서의 근감소증의 위험은 임상적 주의가 요구된다.
▲ 정신건강에 대한 영향
일부 보고에서 우울감이나 자살사고의 증가 가능성이 제기되어, EMA 및 FDA가 관련 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 비용과 접근성 문제
고가의 약제 특성과 보험 적용 제한으로 인해 의료 접근성의 격차가 발생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정책적 개입이 요구된다.
◆질병 수정제로의 진화와 미래 전망
GLP-1 기반 다중 작용제는 단순한 혈당강하제나 체중감량제가 아닌, 복합 대사질환의 근본적인 병태생리를 동시에 타겟하는 ‘질병 수정제(disease-modifying agent)’로의 진화를 보여주고 있다.
MASLD, HFpEF, 죽상경화성 심혈관 질환, 알츠하이머병 등 다양한 영역에서 임상적 가능성이 입증되고 있으며, 이러한 약제는 현재 가장 주목받는 전환적 치료 패러다임으로 평가되고 있다.
앞으로는 환자의 대사 프로파일, 유전적 특성, 동반 질환에 기반한 ‘정밀 대사 치료(precision metabolic therapy)’가 본격적으로 구현될 것이며, 이를 위한 임상의 및 연구자의 폭넓은 이해와 활용이 무엇보다 중요해질 것이다.
우리는 지금 단일 경로 치료 중심의 시대를 넘어, 다기관성 병태생리를 반영한 복합 작용제의 시대에 진입하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다중 호르몬 작용제를 우리 진료와 연구에 어떻게 통합할 것인지, 이제 진지하게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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