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의 도전, 2년의 기적 뒤에 숨은 이야기
2019년 10월, 서울아산병원에서 개발한 관상동맥 중재시술 로봇이 첫 임상시험에 성공했습니다. 2017년 본격 개발 착수 후 불과 2년 만의 쾌거였지만, 그 2년의 이면에는 2000년부터 17년간 쌓아온 경험과 수많은 실패가 단단히 버티고 있었습니다.
(의공학교실 최재순 교수)
◆작은 걸음으로 시작하다
2006년, 처음으로 국가 연구개발 과제를 수주했습니다. 주제는 ‘수술 시뮬레이터’ 기술 개발. 젊고 평범한 연구자였던 저에게 수술 로봇 본체 개발은 엄두도 낼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막대한 자본과 인프라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선택할 수 있었던 길은 로봇의 '두뇌'와 '감각'에 해당하는 소프트웨어와 핵심 요소 기술에 집중하는 것이었습니다.
2010년에는 '시각화 기술'로 국내 M사의 최소침습수술로봇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비록 작은 꼭지 같은 소과제였지만, 영상 처리 및 데이터 융합 기술의 경험은 훗날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현장과 만나다
2012년,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이 찾아왔습니다. 서울아산병원 의공학연구소에 합류하면서 비로소 병원이라는 ‘현장’에 주도적 연구자로 발을 들여놓게 된 것입니다.
실험실에서 개발된 기술과 임상 현장의 요구 사이에는 깊은 간극이 존재합니다.
책상 위에서 생각하는 임상의 미충족 수요와 실제 수술실에서 마주하는 그것은 차원이 다릅니다.
첫 프로젝트는 ‘바늘 중재시술 로봇’ 개발이었습니다. 매주 영상의학과 교수님들과 함께 모든 과정을 리뷰하고, 시술실에서 의사들의 손동작 하나하나, 환경의 미세한 변화까지 관찰했습니다.
로봇을 설치할 공간이 얼마나 협소한지, 예측 불가능한 변수는 무엇인지, 의료진의 동선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개념적 이해로는 알 수 없는 생생한 요구사항들이 쏟아졌습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2017년 '심장 부정맥 절제술 로봇' 과제를 직접 기획했습니다. 하지만 연구개발의 길은 계획대로만 흘러가지 않았습니다.
◆급선회, 그리고 2년의 기적
2014년부터 진행되던 다른 심장 중재술 과제가 내부 사정으로 방향 전환이 불가피했습니다.
2017년, 우리는 ‘관상동맥 중재시술 로봇’ 개발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향해 급히 방향을 틀었습니다. 같은 심장을 다루지만 사용 기구, 대상 조직, 혈관 크기 등에서 큰 차이가 있어 새로운 개념의 로봇을 처음부터 설계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축적한 원격제어 로봇 시스템 기술과 임상 현장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었기에, 이 갑작스러운 변화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무기: 규제과학과 국제 표준
‘2년 만의 쾌거’를 가능하게 한 또 하나의 숨은 동력은 의료기기 규제과학과 국제 표준에 대한 경험이었습니다.
많은 연구자들이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하고도 인허가라는 장벽 앞에서 좌절합니다.
수술 로봇은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기기’이기에, 안전성과 유효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해야 합니다.
2008년부터 식약처의 다양한 의료기기 안전 및 성능 평가 기술개발 과제에 참여하면서, 개발자가 아닌 규제 당국의 관점에서 의료기기를 바라보는 훈련을 할 수 있었습니다.
2013년부터는 의료 로봇 관련 국제 표준 (ISO/IEC) 제정 활동에도 참여했습니다. 전 세계 전문가들과 토론하며 수술 로봇의 안전성과 성능을 평가하는 공통의 언어와 척도를 만드는 작업에 동참한 것입니다.
다음호에는 [2부: 수술 로봇이 직면한 근본적 도전…인간과의 경쟁]에 대한 내용으로 게재가 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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