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으로 활동무대 옮기는 것은 많은 노력과 시간 필요…사전 준비 시 더 좋은 성과도 가능
“찬란한 젊은 시절을 즐기고 많은 추억을 만들자”
우리 의대 졸업생들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다양한 활동들을 통해 인정을 받고 있다.
이에 졸업생들 중 대표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동문을 통해 현황과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얘기 등을 들어보았다.
Q. 간단한 본인 소개
울산의대를 2004년에 졸업하고 서울아산병원 인턴, 병리과 레지던트 및 펠로우 과정을 수료하면서 울산의대 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3년부터 보스턴에 위치한 하버드 의과대학 및 공중보건대학 연계 연구기관인 다나 파버 암 연구소 (Dana-Farber Cancer Institute)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2년간 대장암 연구팀에서 병리부분을 담당하였다.
이후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에 위치한 미 국립 보건원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NIH) 산하 암연구소 (National Cancer Institute)에서 해부병리과 (Anatomic Pathology) 레지던트 3년 과정을 수료하고 미국 해부병리과 전문의가 되었다.
필라델피아의 펜실베니아 병원 (Pennsylvania Hospital)과 뉴욕마운트 시나이 병원 (Mount Sinai Hospital)에서 각각 외과병리와 소화기계 병리 펠로우를 수료하였다.
2020년부터 워싱턴 DC의 조지 워싱턴 대학병원 (George Washington University Hospital)에서 병리과 조교수로 3년간 병리진단 업무와 의대생 및 전공의 교육에 매진하였다.
2023년 7월부터는 미 국립 보건원 암연구소로 돌아와 조교수에 준하는 Assistant Research Physician 및 Staff Clinician으로 병리진단업무와 전공의 교육 및 미 국립 보건원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임상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Q. 우리 의대 졸업 후 기억에 남거나 좋았던 부분과 개선해야 할 부분들이 있다면?
울산의대는 정원수가 적은 만큼 동기, 선후배간 긴밀한 정보교류와 친밀한 관계가 형성될 수 있었다.
또한 거의 모든 졸업생이 아산재단 산하의 병원에서 인턴, 레지던트 과정에 들어가기 때문에 여러 과 협진이 많은 병원업무에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기가 수월했다.
제가 서울아산병원 인턴으로 들어갈 때에도 전국 의과대학의 수석 차석 졸업생들이 서울아산병원으로 몰렸던 기억이 난다.
한국 최대이자 최고의 병원인 아산재단 산하 병원들에서 이미 의과대학 과정부터 수준 높고 다양한 지원을 받으며 훌륭한 교수님들에게 가르침을 받을 수 있는 것은 매우 큰 장점이라 할 수 있겠다.
다양하고 넉넉한 장학제도와 해외경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 또한 울산의대가 인재양성에 얼마나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비단 재정적인 도움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시야를 넓혀주어 다양한 분야에서 재능을 펼칠 수 있도록 해주었기 때문에 졸업생들이 의료분야 뿐만 아니라 법조계, 산업계, 그리고 해외에서 활약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Q. 후배들이 의대 생활 중 꼭 했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면?
의료를 업으로 선택한 이상 은퇴하는 순간까지 계속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공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므로, 배움을 사랑하는 마음과 사고력을 학생 때부터 길러야 한다.
임상에서 실제 케이스를 보다 보면 교과서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매우 많다. 이럴 때는 새로운 것을 빨리 습득하는 유연성과, 지식과 기술을 상황에 맞게 응용하는 사고력이 의사의 실력을 판가름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무리 경력이 오래된 의사라도 어느 시점부터 최신 논문과 경향을 읽는 것을 그만두고 안주하는 의사가 있는 반면 고령의 나이가 무색하게 새로운 것을 계속 습득하고, 연구 아이디어를 내는 의사도 있다.
또한 몇 년간 의대생과 전공의들을 지도하다 보면 시킨 일만 하고 자신을 교수의 보조 정도로 여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교수와 같은 깊이로 케이스를 파악하고 질문하고 의견을 내는 학생들과 전공의들도 보았다.
어느 쪽이 의료사회에 더 기여하고 더 크게 성장할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Q. 미국에서 의대 교수를 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선택을 한 계기와 준비 과정
의대생이었던 때부터 한번쯤은 외국에서 공부해보고 싶다는 막연한 소망이 있었고, 마침 미국 의사고시 (USMLE)에 대한 정보를 선배에게 들은 후 방학기간에 공부하여 step 1을 통과했다.
시작하는 김에 ‘ECFMG Certificate’까지는 받자고 마음먹고 어쩌다 보니 step 2, step 3까지 통과했다.
외국어에 관심이 많아 영어와 일본어를 꾸준히 공부하여 병리레지던트, 펠로우 수련기간 동안 외국에서 방문하는 교수님들을 보조하는 일을 자주 맡았다.
이 영향이었는지 펠로우 2년차 무렵에 병원에서 제공한 해외연수 프로그램에 발탁되어 보스턴 다나 파버 암연구소에 박사후 연구원으로 가게 되었다.
2년 연수기간 후 서울아산병원으로 돌아올 예정이었지만 재미교포인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하게 되어 서울아산병원에서 받았던 해외연수 지원금을 반납하고 미국 병리 전공의 과정에 들어갔다.
이처럼 미국에서 의사 경력을 장기적으로 이어가게 된 첫 계기는 반쯤은 상황에 의한 것이었지만, 영어와 ‘ECFMG Certificate’이 미리 준비되어 있었기 때문에 생각지 않게 찾아온 기회를 신속히 잡을 수 있었다.
지원시 3~4개의 추천서가 필요했는데 박사후 연구원 과정을 지도해 주셨던 하버드 의대 교수님들의 추천서와 한국 및 미국 병리학계의 지도자적 위치에 계셨던 (故) 노재윤 선생님의 추천서를 받아 레지던트 매칭 (matching)에 참여하였다.
약 80개의 병리과 프로그램에 지원하여 14개의 프로그램에서 인터뷰를 하였으며 최종적으로 미 국립 보건원 암연구소 병리과 전공의 프로그램에 매칭되었다.
비교적 높은 USMLE 점수와 명망있는 추천인들의 영향이 어느정도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미 국립 보건원은 리서치 경력을 중요시했는데 한국에서 받은 박사학위와 서울아산병원 여러 과에서 진행하던 연구에 가리지 않고 참여하여 꽤 많은 논문을 출판한 것이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수련한 병리과가 마침 미국에서 외국 의대 졸업생이 들어가기 쉬운 과들 중에 하나였고 적절한 시기에 미국에서 결혼으로 영주권까지 해결한 것은 운이었지만, 한국에서 성실히 수련하고 부지런히 박사학위와 논문 등의 이력을 쌓지 않았더라면 과연 미국에서 의사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을까? 라는 의문이 든다.
이로 인해 무엇이든 나의 일에 최선을 다하다 보면 기회가 왔을 때 어떻게든 도움이 된다는 관점을 갖게 되었다.
물론, 미국에서 의사가 되기 위해 한국 전공의 수련이나 박사학위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고, 의대 졸업 후 곧바로 미국 전공의 매칭에 성공하는 사례도 많다. 다만, 미국에서 꿈을 펼치고 싶은 학생들이라면 미리 목표를 세우고 준비했을 때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Q. 미국 의대 교수를 원하는 후배들에게 해주시고 싶은 얘기
영어로 자유롭게, 아니면 적어도 많이 긴장하지 않고 의사소통을 할 수 있을 정도가 되면 미국행을 막는 큰 장벽 하나가 사라지고 자신감이 생길 것이다.
심리적인 이점 외에도 영어는 미국 생활의 당연한 기본이며, 인터뷰와 적절한 업무수행에도 필수적이다.
두번째로는 미국 의사가 되는 과정에 대해 최대한 많은 정보를 일찍부터 수집해야 한다.
한국 출신 미국 의사선생님들의 인터넷 커뮤니티도 있고, 국제 커뮤니티도 많기 때문에 찾아보면 도움이 될 수 있다.
알아야 할 정보는 크게 USLME, 전공의 매칭, 미국 비자에 관한 것으로 나뉜다.
USMLE 준비는 생각보다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한번에 고득점으로 합격하는 것이 좋기 때문에 충분히 준비하고 시험 시기를 잘 조율해야 한다.
전공의 매칭은 한국에는 없는 독특한 전공의 지원 시스템이므로 반드시 전 과정을 잘 숙지하고, 추천서를 누구에게 받을지, 전공의 지원 전에 미국 병원 경험은 어떻게 할지를 미리 알아보아야 한다.
미국 영주권이나 시민권이 없을 경우 J1 비자 또는 H1 비자로 전공의 수련을 해야 하는데 비자에 따라 수련 후 체류자격 유지 조건이 달라지고 직장 선택에도 많은 영향을 주며, 전공과에 따라 특정 비자가 불리하게 작용하기도 한다. 따라서, 미국행과 전공과를 선택하기 전에 미국 비자에 대한 정보수집은 필수다.
마지막이자 가장 중요한 일은, 미국에서 수련하고 정착하려는 이유를 깊이 생각해보고 자기 자신과 가족들에게 충분히 납득시키는 것이다.
짧은 기간이라도 미국 생활을 직접 해보거나 미국에서 일하는 분들과 많은 대화를 나눠보는 것이 결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미국으로 활동무대를 옮기는 것은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며, 한국의 안정적인 기반을 포기하고 외국인으로서의 불리함 과 불확실성을 선택하는 것이기 때문에 강한 동기와 의지가 없다면 그 과정이 매우 힘들 수 있다.
Q. 한국과 비교하여 미국 의사의 차이점이 있다면?
전문의로서 선택하는 경력은 대학병원 교수 외에도 다양한데, 미국에서는 어떤 길을 택하든 서열을 매기지 않고 당사자들도 주변의 눈치를 보거나 지도교수의 입김보다는 본인이 원하는 종합적인 조건을 우선시한다.
아이비리그 대학병원에서 오퍼를 받았지만 더 높은 연봉과 시간적 여유를 갖고 싶어 개인병원으로 간 펠로우도 보았고, 매우 훌륭한 스펙을 가진 의사라도 자신의 가족이 특정 지역에 산다는 이유로 한적하고 인기 없는 지역에 취직하기도 한다.
이처럼 개인의 가치관과 선택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유명 대학병원이나 암센터 등이 생각보다 장벽이 높지 않고, 스펙보다는 그 병원에서 필요로 하는 전문분야의 지식과 기술을 갖추었으면 외국인에게도 얼마든지 기회가 있다.
또한 일과 시간관리에 개인의 자율성이 크다.
예를 들어 임상업무와 교육, 연구에 투입되는 시간이 일괄적이기 보다는 각자 자유롭게 정하고 그에 맞게 연봉을 조정해서 계약하기도 한다.
자신의 현재 연봉과 업무량이 만족스럽다면 굳이 승진하려 하지 않는 경우도 종종 보았다.
그리고 한국처럼 정년퇴직이 강제되지 않아서 본인이 일하고 싶은 만큼 일할 수 있다.
한국과 미국 양쪽의 의료시스템을 경험해 본 바, 나는 한국의 의료 서비스와 인력, 장비, 기술 등이 결코 미국에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할 수 있다.
미국 교수직의 장점으로 더 나은 연구, 교육환경 등을 기대할지도 모르겠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몇몇 병원을 제외하면 한국에 비해 더 낫다고 생각하지 않기에 굳이 장점으로 꼽지는 않겠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직장문화 만큼은 한국보다 미국 쪽을 선호한다.
인종과 지위고하를 불문하고 세계 어디를 가든 사람들 간의 문제는 일어난다. 그것을 효과적으로 제어하는 사회제도와 문화가 구성원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개인의 재능을 충분히 펼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미국의 직장에서도 뒷담화를 많이 한다. 그러나 흥미로운 점은 뒷담화가 대부분 일과 관련된 것들이고, 사생활이나 외모적인 뒷담화는 매우 교양 없다 생각하고 꺼리는 분위기이다.
직장내 갑질, 따돌림, 언어폭력, 과격한 행동 등은 보기 드물었고 그런 문제가 있을 경우 철저한 조사가 이루어지고, 약자를 보호하는 장치가 많이 마련되어 있다.
직장에서의 원만한 인간관계에 필요한 요건은 오직 자신의 업무를 성실히 이행하고 서로를 존중하는 것일 뿐, 일 외적으로 많은 것이 요구되지 않는다.
개인의 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한국에서의 직장생활과 비교했을 때 미국에서는 업무 외적인 일로 받는 스트레스가 현저하게 줄어들었음을 느낀다.
Q. 기타 하고 싶은 얘기
의과대학에서 배우고 공부할 것이 너무나 많아 힘들겠지만 찬란한 젊은 시절을 즐기고 많은 추억을 만들라고 말하고 싶다.
나이가 들어가고 때로 힘든 시기가 오면 그 시절의 추억이 많은 위안이 된다.
그리고 자신을 진정으로 행복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보는 시간을 자주 가지고, 주변의 시선보다는 자신이 설정한 삶의 가치를 추구하는 습관과 기반을 만들어 가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미국 생활이나 미국 의사가 되는 길에 대해 더 궁금한 후배분들은 연락 하면 좀 더 구체적인 경험담을 나누어 드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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