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관 교수는 우리 의대 오케스트라/재즈 밴드 동아리 SOME/EMOS 지도교수이다.
약 20년간 우리 의대의 최대 규모 동아리인 SOME/EMOS (이하 썸, 에모스)와 동고동락을 함께 해온 셈이다. 올해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다.
이에 오랜시간 동아리와 함께해온 소회와 더불어, 음악을 취미로 하는 의대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에 대해 들어보았다.
Q. 동아리 지도교수를 맡게 된 계기
원래 ‘썸’의 지도교수는 고인이 되신 신경과 임주혁 교수님이셨다. 임주혁 교수님은 2005년에 복부에 위암과 대장암이 동시에 발생하셨고, 수술과 치료를 받으셨음에도 불구하고 암이 재발하면서 상황이 많이 악화되었다.
그 당시, 학생들이 저에게 썸의 지도교수직을 맡아달라고 요청했는데, 처음에는 제가 흉부외과에서 굉장히 바쁘게 지내던 시기라 거절했다.
게다가 저는 악기를 다루지 않았는데, 보통 지도교수는 악기를 다루는 분들이 맡기 마련이라, 내가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음악을 좋아하는 다른 교수님들을 학생들에게 추천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임주혁 교수님이 직접 나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그분이 학생들에게 나를 추천했다고 하시면서, 지도교수로서 크게 바쁜 일이 많지 않으니 학생들이 필요할 때 조금만 도와주고 격려해달라고 부탁하셨다.
그때 임 교수님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결국 그 부탁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부족하지만 임 교수님의 뒤를 이어 내가 썸의 지도교수를 맡기로 했다.
사실 이 사연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래서 가끔 다른 교수님들이 나를 보고 “썸 지도교수라니, 무슨 악기를 하셨나요?”라고 물어보면, 나는 “아무 악기도 할 줄 모릅니다”라고 답하게 된다.
어떻게 보면, 이 역할은 나에게 운명처럼 다가온 것 같다.
Q. 그간 동아리의 변화를 지켜본 소회
우리 의대 40명의 학생 중에 항상 삼분의 일 정도의 학생들이 들어와서 오케스트라를 했다.
학생들이 음악을 많이 사랑하고 지원해줘서 꾸준히 발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처음 썸 활동을 시작할 때만 해도, 대부분 학생들이 현악 파트로 지원해서 편중이 심했고 비는 부분을 채우기 위해 음대생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다양한 악기를 다루는 학생이 더 많이 생겼고, 점차 오케스트라다운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점차 피아노, 색소폰 등 전통적 오케스트라 편성 외의 악기를 잘 다루는 학생들과 함께 새로운 곡들을 도전해보면서, 아예 새로운 재즈 밴드 동아리 EMOS가 시작되었다.
썸과 에모스가 클래식과 재즈 공연을 함께 준비하며 더욱 풍성하고 다양한 곡을 선보일 수 있게 되었다.
동아리를 지도하면서 항상 많이 느낀 점은, 우리 학생들이 정말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한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음악을 정말 사랑하고, 연주 실력도 점점 크게 향상되는 것을 보면서 참 대견하다고 느꼈다.
이제 20년째 썸과 함께 해왔는데, 정년 퇴임을 앞두고 썸의 지도교수직을 후임인 정신건강의학과 정석훈 교수님에게 물려줄 예정이다.
그간 임주혁 교수님의 부탁을 잘 수행했다는 것에 만족감을 느끼며, 20년 동안 함께한 썸과의 여정을 마무리할 준비를 하고 있다.
Q. 악기를 다루지 않았지만 음악에 대한 사랑은 깊다고 알고 있는데?
음악에 대한 사랑은 학생 때부터 있었다.
의과대학에 들어가면서 오케스트라에 한번 참여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다.
그러나 부모님께서 오케스트라 활동보다는 음악을 듣는 것에 만족하길 바라셨다. 그래서 결국 악기를 배우지는 못했지만, 음악을 듣는 것은 항상 사랑해왔다.
집에 CD 약 1,600장, LP판 약 400장이 있고 아직도 바흐, 베토벤의 음악을 참 많이 즐겨 듣는다.
Q. 의과대학 학생들이 악기를 배우는 것에 대한 생각
요즘은 휴대폰이나 MP3 플레이어만 있어도 쉽게 음악을 들을 수 있다. 그래서 음악은 접근성도 좋고,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훌륭한 취미라고 생각한다.
스포츠나 미술 등 다른 취미는 밖으로 나가거나 준비할 도구가 많은 경우가 있지만 음악 감상이나 악기 연주는 접근성이 아주 좋은 편이다.
개인적으로 악기를 다루는 것이 의사라는 직업의 고독함을 달래줄 수 있는 훌륭한 위안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의사는 환자에 대한 최종적인 책임을 지는 직업이기 때문에, 때로는 고독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때, 악기 연주나 음악 감상이 큰 위안이 될 수 있다. 또한, 악기를 연주하면서 기술적인 연마뿐만 아니라 감정적인 연마도 할 수 있어서, 자기 자신에게 또 다른 성취감을 줄 수 있다.
처음엔 어려울 수 있지만, 그런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많은 성장이 있는 것이고, 실력이 향상되면서 점차 많은 즐거움과 위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Q. 기타 하시고 싶은 말
학생 시절 동아리 활동은 동료 간의 협력을 배우는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동아리 활동은 단순히 취미활동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장차 조직의 일원으로서 협력을 배우고, 역할을 맡은 책임감을 배우며 결과물의 기쁨도 누리는 배움의 터라고 생각한다.
우리 학생들도 썸 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동료와 협력하며 의사로서의 역량을 키워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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