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기행(奇行) … 걸어서 영흥도까지
“이거 되는 걸까?” 라는 물음에 대한 대답은 “도전해보라”
의사 국가고시 실기 시험이 끝났고, 한 달을 놀았다. 그야말로 놀았다. 이래도 되나, 싶을 만큼 놀았다.
다음 주면 학교로 돌아가 필기시험 공부를 시작하기로 스스로와 약속을 했다.
그 전에 진짜로 학생 때에만 할 수 있을만한 일이 뭐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고 –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걸어서, 영흥도까지 가기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대체 왜?” 라는 반응이었는데, 혹시 모를 “그거 재미있겠는데!” 라고 생각할 일부의 독자를 위해 준비와 일정에 대해 후기를 적어보았다.
본과 4학년 정희정 학생기자
◆왜 영흥도일까?
▲목적지
왜 하필 영흥도인가? 라고 묻는다면, 아니 애초에 영흥도가 어디냐 하면. 서해에 위치한 인천광역시 옹진군의 작은 섬이다.
우리나라에 이런 곳이 있는 줄 이번에 처음 알았다. 뭐가 유명하냐고 하면, 잘 모른다.
그럼 대체 왜 영흥도냐고? 우리 집에서 딱 한 80km 정도 떨어져 있고, (섬이니까 당연하게도)바다가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도보여행이라고 해서 반드시 처음부터 두 다리로만 이동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예를 들어, 유명한 제주 올레길이나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은 당연히 출발점까지는 교통수단을 이용해야 한다. 나도 돌아오는 길은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왠지, 집 현관에서부터 목적지까지 두 발로만 가보고 싶은 그런 기분이었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영흥도는 목적지로서의 목적지로 이용당한 셈이다.
적당한 거리에, 육지의 끝이라는 적당한 의미에, 도심을 가로질러 가는(안전하고, 보급이 용이하고, 중도 포기가 쉽다) 적당한 경로.
사실은 영흥도가 아니어도 괜찮았을 것이다. 하지만, 영흥도는 그곳에 있었고 나는 영흥도로 가기로 했다.
▲준비물
등산을 해 본 경험이 있다면, 준비물을 챙기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이다.
기본적으로는 등산 준비물과 거의 유사하지만, 대체로 포장된 평지를 걷게 되므로 등산화나 스틱까지는 필요가 없다.
복장: 기능성 상의와 하의, 외투(방수가 되는 바람막이 추천), 모자, 스포츠 양말(두꺼운 것), 속옷, 등산용 가방, 트레킹 신발. 옷과 속옷은 매일 깨끗한 옷을 입을 수 있게 하자.
-보온에 신경 써서 얇고 입고 벗기 쉬운 옷을 여러 겹 겹쳐 입도록 한다. 반팔 반바지보다는 긴팔 긴바지가 좋다. 햇빛, 벌레 물림, 독성 식물 등에게서 보호가 되기 때문.
-몸에 잘 맞는 기능성 의류를 추천한다. 흡한속건 기능이 좋고(면 의류의 경우 땀을 먹으면서 점점 무거워지고, 체온을 빼앗는다), 마찰로 피부가 손상되는 것을 방지해준다.
특히 허벅지가 쓸리면 매우 고통스럽다. 붙는 하의가 민망하다면 안에 운동용 레깅스를 받쳐 입는 것도 좋다. 손빨래를 해도 금방 마르는 것도 큰 장점.
-가방은 꼭 등산용 가방을 가져가기를 추천하고 싶다. 절대로 일반 책가방이나 크로스백을 가져가서는 안 된다.
반드시 가슴이나 배에 고정할 수 있는 버클이 있는 것을 고르고, 방수 커버가 있다면 더더욱 좋다. 무게가 등과 어깨에 밀착되느냐 아니냐는 전달되는 힘 자체가 다르다.
장거리가 되면, 가방이 말 그대로 체력을 잡아먹을 수 있으므로 반드시 등산 가방을 들고 갈 것.
-트레킹 신발은 그 용도 자체가 장거리를 걷기 위해 만들어진 신발이므로, 가능하다면 트레킹 신발을 추천한다.
등산화는 방수 기능이 좋고 발목을 보호해준다는 장점이 있지만 대개 무겁기 때문에, 추천하지 않는다.
러닝화는 가볍지만 보통 뒤꿈치의 쿠션이 두껍고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려 있기 때문에 오래 걷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당일치기 여행이라면 편안한 운동화도 괜찮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 외: 물(최소 1L), 간식과 비상식량, 상비약, 접이식 우산/우비, 세면도구, 휴지, 선크림, 립밤, 보조 배터리, 충전기, 휴대폰, 지갑.
-간식과 비상식량은 구별하자. 간식은 걷는 도중 체력이 떨어지지 않게 틈틈이 먹는 용도이고, 비상식량은 말 그대로 비상시를 대비하여 저장해 놓는 것이다. 비상 식량은 여행이 끝날 때까지 먹지 않고 돌아오는 것이 정상이다. 물론 산이나 오지로 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주 엄격하게 할 필요까지는 없겠다. 간식은 먹기 편하고 잘 상하지 않는 고칼로리의 음식(사탕, 초콜릿, 양갱, 비스킷, 육포, 에너지바, 견과류 등) 중 취향대로 챙기면 되는데, 지퍼백에 이것저것 조금씩 다양하게 모아 가는걸 추천한다. 고된 여행길 중 간식 봉지를 뒤적거리는 게 쏠쏠한 재미가 되어 준다.
-상비약은 소염진통제(다리가 아플 때 한 알씩 먹었다), 지사제, 포비돈 요오드와 항생제 연고, 거즈와 스포츠테이프(반창고 대신이다. 반창고에 비해 훨씬 접착력이 강해 발바닥이나 관절부에도 잘 붙고, 피부 자극이 덜 하다)를 가져갔다. 각자 필요에 맞게 가져가면 되겠다.
-보조배터리는 반드시 필요하다. 초행길이므로 휴대폰 GPS를 상시 켜놓은 상태로 이동하게 될 텐데, 이러면 배터리가 정말 빨리 닳는다.
자칫하다 국도 한가운데서 휴대폰이 방전되어 버리기라도 하면 오도가도 못 할 수 있으므로 핸드폰과 보조 배터리의 잔량에 항상 주의하자.
-가벼운 접이식 우산을 하나 챙기는 것이 좋다. 일기 예보 상 날씨가 좋다고 하더라도 소나기가 내릴 수 있다.
몸이 젖으면 체온이 떨어져 체력 소모가 커지고, 가방 속 옷이 젖어버리면 매우 곤란해진다. 만약 가방 방수 커버가 없다면 판초형 우비도 좋은 선택.
◆반드시 필요한 예행 연습
반드시 예행 연습을 해 보도록 하자. 추천하는 연습 날은 본 여행일보다 1~2주일 정도 전으로, 나는 이틀 전(변명하자면, 일정이 빠듯했다)에 연습 후 바로 여행길에 올랐다가 연습 때의 피로가 채 풀리지 않아 고생을 했다.
예행 연습은 나의 몸 상태를 파악하여 여행 계획을 정확히 세우기 위한 것이다. 특히 장거리 걷기를 처음 해 본다면 자신이 어느 정도 속도로 걸을 수 있는지, 얼마나 오래 걸을 수 있는지, 또 얼마나 자주 휴식을 취해야 하는지 등을 면밀히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행 연습 결과에 따라 여행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연습 중 또는 후에 몸에 강한 통증이나 불편함이 느껴진다면, 도보여행은 추천하지 않는다.
연습 때는 신발과 가방, 복장 모두 본 여행에 상정한 그대로 준비하고 출발하도록 한다. 그래야만 뭔가 문제가 있지는 않은지 알 수 있다. 특히 일상에서는 전혀 문제가 없던 속옷과 양말이 오래 걷다 보면 쓸리거나 눌릴 수 있으므로, 예비용을 챙겨 가는 것도 좋겠다.
나는 예행 연습을 위해 송파 둘레길을 걷기로 했다. 송파 둘레길은 서울아산병원 바로 앞의 성내천을 포함하는 21km의 도심 둘레길로, 우리 집에서의 이동 거리까지 고려하면 27km 정도로 딱 적당했다.
오전 4시간, 1시간 휴식, 오후 4시간의 이동을 계획했기 때문에 아침 7시에 일어나 아침을 먹고 준비를 마쳤다. 8시에 현관을 나서서, 휴대폰 지도를 보면서 출발했다.
그리고 길을 잃었다. 한강으로 진입했어야 했는데, 가는 곳마다 공사 중이어서 도저히 한강변으로 갈 수가 없었던 것이다. 나는 결국 그 주위를 맴돌며 1.5km를 헤맸다. 이런 돌발 상황을 대비해서 계획은 여유 있게 짜야 하는 것이다.
날씨는 아주 좋았고, 송파 둘레길은 잘 정비되어 걷기 좋은 길이었다. 한강길, 탄천길, 장지천길, 성내천길로 나뉘어져 있는데 특히 탄천길은 자전거도 다니지 않는 보행자도로여서 무척 좋았다. 화장실도 촘촘하게 설치되어 있고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졸졸 흐르는 소박한 장지천부터 드넓은 한강까지 볼 수 있고, 탁 트인 평탄한 길과 제법 경사가 있는 흙 길이 함께 있어서 걷는 재미가 있었다.
체력 관리를 위해 1시간마다 10분씩 쉬면서 물을 마시고 간식을 먹었다. 이 날 립밤이 없어 입 주변이 많이 텄기 때문에, 본 여행 때는 립밤을 챙겨 갔었다. 그리고 화장실은 보일 때마다 들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고속도로처럼 다음 화장실이 언제 나올지 알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보일 때 가야 한다.
이 날 나는 8시간 동안 총 35km를 걸었다. 발과 다리가 꽤 아팠지만 무릎은 괜찮았고, 다음날이 되니 나아졌다. 계획대로 진행해도 되겠구나, 하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도보여행 첫째 날
10월 19일, 목요일이었다. 전날 미리 짐을 싸 두었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7시에 일어나 아침밥을 든든히 먹고 마지막으로 점검을 마친 후 8시에 출발했다.
날은 흐렸다. 비가 온다는 소식이 있었다. 얼마 지나지도 않아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금방 세차게 쏟아졌다.
우산을 쓰고 걸었지만 채 30분이 되기도 전에 신발(방수인데도)이 흠뻑 젖어버렸다.
다행히도 12시쯤에는 비가 그쳤다. 생각하지 못했던 점은 비가 내리는 동안은 (야외에 앉을 수 없으므로) 휴식할 수 없다는 것과 비가 그친 후에도 공원 벤치나 버스 정류장의 의자가 모두 젖어 있어 앉아서 쉬기가 어려웠던 점이다.
휴식의 간격이 길어졌고 체력 소모가 빨라졌다. 비 오는 날이 첫날 하루뿐이었던 게 다행이었다.
그나마 체력이 비교적 충분할 때라, 다소 무리를 해도 이동이 가능했던 것이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비가 올 때는 카페나 가게에 들어가서 휴식을 취하는 것이 현명했을 것 같다.
서울이 정말 큰 도시라는 걸 몸으로 깨달은 날이었다. 걷고 또 걸어도 도저히 서울을 벗어날 수가 없었다.
아무리 걸어도 GPS에 찍히는 위치는 여전히 서울특별시. 분명 숙소는 시흥시인데, 가도가도 서울특별시다보니 진이 다 빠졌다. 간신히 시흥시에 들어갔을 땐 어찌나 기쁘던지.
걷기 시작한 지 6시간 정도 지나자 피로가 쌓여 다리가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특히, 왼발 발바닥의 한 부분이 찌르듯 아파왔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그리고 여기서 멈추면 해가 지기 전까지 도착하지 못한다는 생각으로 걷고 또 걸었고 마침내 예약한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미 어두워진 후였다.
씻은 후 확인해보니 아팠던 왼발에는 물집이 잡혀 있었다. 핸드폰과 보조배터리를 충전시키고 텔레비전을 조금 보다가 금방 잠들었다.
◆도보여행 둘째 날
10월 20일, 금요일.
7시에 일어나 물집 위에 거즈를 두텁게 대고 스포츠 테이프를붙였다. 푹신하고, 쓸리지 않아 통증이 없었다.
오늘은 오전에는 육지를, 오후에는 시화방조제를 건너는 일정이다. 바닷바람이 많이 불 것으로 예상되므로 가져온 옷 중 가장 두꺼운 바지와 상의를 골라 입었다. 짐을 모두 챙기고, 500ml 생수 2개를 챙겨 넣었다.
근처 국밥집에서 아침을 든든히 먹고, 8시에 출발했다.
오전 내내 걸어 오이도까지 도착했다. 항구와 바다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고, 바람도 점점 많이 불었다.
걸은 지 4시간이 지난 시점이었고, 어제보다 2시간 정도 일찍 한계가 찾아왔다. 아마 피로가 누적됐기 때문이리라.
점심을 먹으며 1시간 정도 충분히 쉬고, 본격적으로 시화방조제에 돌입했다. 왼쪽에는 시화호, 오른쪽에는 서해 바다를 두고 걸었다. 날이 맑아 물이 예뻤다.
시화방조제는 어마어마하게 길어서, 오전 내내 걸은 만큼 오후내내 방조제 위를 걸어야 했다.
바람이 엄청나게 불었는데, 희한하게도 항상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멈추지 않고 불어서 무게중심을 조금 오른쪽으로 두고 기우뚱하게 걸을 정도였다. 바람을 뚫고 걸으려니 상상 이상으로 체력 소모도 수분 손실도 심했는데, 당연한 이야기지만 방조제 위에서는 마땅히 쉴 곳이 없어 계속해서 걷는 수밖에 없었다.
방조제 2/3 지점에는 시화조력발전소 전망대가 있는데, 그것을 중간 목적지로 삼아 걸었지만 걷고 걸어도 도무지 가까워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계속해서 걸으면 언젠가는 도착하는 것 또한 당연한 이치다. 전망대에 올라 보니 시화방조제는 정말 길었다. 커피를 한 잔 마시며 휴식을 취하고, 해가 떨어지기 전에 숙소에 도착하기 위해 다시 이동을 시작했다.
숙소는 대부도 조금 안쪽에 있었는데, 주변에 식당이 없어 가는 길에 저녁을 먹었다.
저녁을 먹고 나니 어두워져 버렸고, 숙소 앞까지의 길은 인도가 없는 국도에, 가로등까지 띄엄띄엄 있어 이러다 순식간에 차에 치이는 건 아닌가 하는 공포에 떨며 숙소까지 거진 뛰듯이 갔다.
반사테이프를 모자나 가방 뒤에 붙이는 것도 안전사고 예방에 좋으리라 생각이 든다.
다행히 숙소까지 사지 멀쩡히 도착했고, 숙소는 아주 아늑했다.
짐을 풀고, 씻은 후 잠에 들었다.
◆도보여행 셋째 날
10월 21일, 토요일. 마지막 날이다.
오늘의 일정은 20km 이내였으므로 느긋하게 일어나 천천히 준비를 했다.
온 몸이 뻐근하고 욱신거렸지만, 움직이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전날 저녁 아침거리를 편의점에서 사 올 생각이었는데, 이곳 편의점은 저녁이면 문을 닫는 모양이었다. 덕분에 비상식량을 꺼내 먹어야 했다.
대부도, 선재도, 영흥도는 모두 다리로 연결되어 있어 걸어가는 것이 가능하다.
출발해서 우선 선재도로 넘어가는 다리를 향해 걷기 시작했는데, 지도만 보고 걷다 보니 선재대교 직전 난데없이 산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주변에 다른 길은 없고, 분명 이 길이 맞았다. 포장도로도 아니고, 솔잎이 푹신하게 깔린 진짜배기 등산로였지만 말이다.
계획에 없던 등산을 하게 되어 대단히 억울한 마음이 들었지만 어쨌든 약 1시간 가량을 헉헉거리며 산 정상을 찍고 넘어가자, 마침내 선재대교가 나타났다. 드문드문 섬들이 흩어진 서해의 전경이 아름다웠다.
다리를 건너가자, 모래톱 건너 독특한 바위섬이 하나 보였는데 안내문을 읽어보니 간조 때에만 길이 나타나는 섬이라고 했다.
지나갈 때가 마침 간조인 모양이었다. 일정에 여유가 있었으므로 모래톱을 건너 섬까지 들어갔다 왔다. 무척 예뻤다.
(목섬)
선재도를 지나, 영흥대교를 건너 마침내 영흥도 안으로 들어섰다. 이제 목적지인 십리포 해수욕장까지는 얼마 남지 않은 상황.
하지만 이틀 간의 피로가 몸을 무겁게 짓눌러, 2시간도 걷지 않았는데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거기다 영흥도는 예상치 못하게 언덕이 많아 더더욱 힘들었다.
꼬불꼬불한 길을 걸어나가자, 드디어 눈앞에 모래사장과 바다가 펼쳐졌다.
한낮의 태양 아래에서 바다는 하얗게 반짝였고, 서늘한 바람이 목덜미를 스치고 지나갔다. 나는 잠시 바다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서 있다가, 터덜터덜 방향을 돌려 버스 정류장에 가 털썩 앉았다.
정류장 안에는 동네 터줏대감이 분명한 고양이들이 먼저 자리를 잡고 있다. 내가 들어오든 말든 별로 신경도 쓰지 않는다.
아무것도 없었다, 바다는 바다일 뿐이었다. 평범하게 예쁜, 보통의 그런 바다.
따뜻한 햇볕이 들어오는 정류장에서 멍하니 버스를 기다리다가, 마을버스를 타고, 시외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틀하고도 반나절 내내 걸었던 거리는 2시간 반이면 올 수 있었다.
(십리포 해변의 모습)
◆“직접 경험하지 않고는 느낄 수 없는 그것”
우리는 왜 떠날까?
그곳에 무언가가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이곳에 무언가가 있기 때문인지도. 우리는 종종 무언가를 찾아서, 또는 무언가를 피해서 떠난다. 가끔은, 그 무언가는 이곳도 그곳도 아닌 그저 내 안에 있을 때도 있다. 어딜 가더라도, 나를 따라오는 것. 항상 있었지만, 보이지 않았던 것.
나는 내가 할 수 있는지를 알고 싶었다. 이거 되는 걸까? 라는 물음에 대답을 찾고 싶었다. 그래서 목적지는 아무래도 상관이 없었고, 마침내 목적지에 도달한 순간조차 중요한 게 아니었다. 실패 또한 나름의 대답이었을 테니. 분명 또 한 번 적절한 질문을 찾았을 뿐이었을 것이다.
만약 이 글을 읽은 누군가가 자신만의 질문에 도전해보고 싶다면, 나는 얼마든지 떠나라고 말하고 싶다. 그 길을 걸을 때의 느낌, 낯선 숙소에서 느끼는 기분, 마침내 목적지를 마주했을 때의 기묘한 감각은 직접 경험하지 않고는 느낄 수 없는 것이다.
◆부록
하지만 2박 3일에 85km 일정은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당일치기 코스로 오이도-시화방조제를 추천하겠다.
오이도 역에서 내려서 시화방조제를 건너가는 코스인데, 오이도 역부터 영흥도 버스터미널까지 790번 버스가 다니므로 각자 체력에 맞는 일정을 짤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하루 종일 걸어보고 싶다면 십리포 해변까지(35km)를, 반나절을 원한다면 대부도를 목적지로 삼으면 된다. 대부도에서 관광을 한 후 돌아가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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