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저림’ 방치시 엄지손가락 근력 약화 등 상태 악화 초래 인간만큼 손을 자유롭게 쓰는 동물은 없다.
인간이 직립보행을 하면서 손이 자유로워진 이후로 손을 사용하는 작업의 종류와 시간은 계속해서 늘어가고 있다.
직장에서 컴퓨터나 기계를 다루는 작업을 할 때도, 집에서 식사나 청소, 빨래 등 집안일을 할 때도 어느하나 손이 닿지 않는 것이 없다.
특히 요즘은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쉬는 시간마저 손을 가만히 두질 않는다. 이처럼 손을 많이 사용하면서 발생한 질환이 손목터널증후군이다.
◆손목터널증후군이란?
손목에는 뼈와 인대로 이루어진 ‘손목터널’이 존재하는데, 이 터널을 통해 9개의 힘줄과 1개의 정중신경이 지나간다.
이 비좁은 터널 안에 10개의 구조물이 밀집되어 지나가다 보니 내부에 약간의 붓기만 생기더라도 상대적으로 약한 신경이 눌리게 된다.
손의 사용이 과도하면 이로 인한 염증 반응으로 터널 내에 붓기가 발생하고, 결국 정중신경이 눌리면서 저린 증상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주로 엄지에서 넷째 손가락 (약지)의 끝이 저리고, 특히 밤에 더 저리고, 심해지면 손이 저려 자다가 깨는 경우가 많다.
초기에는 붓기가 심해졌다가 해소되면서 저린 증상의 악화와 호전이 반복되지만, 더 진행되면 만성적인 붓기로 인해 저린 증상이 심각해지고, 감각이 무디어지며, 결국에는 무지근 (thenar muscle)의 약화로 엄지손가락의 운동 기능에도 문제가 발생한다.
◆손을 많이 쓰지도 않는데 왜 저리지?’
손목터널증후군은 고된 작업을 직업적으로 하는 사람에게나 있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의외로 충실히 가정 일을 하는 주부에게도 많이 발생한다. 이는 가사 노동의 강도가 매우 높다는 증거이기도 하고, 그 가사 노동의 중심에 ‘손’이 자리 잡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손목터널증후군과 연관이 깊은 직업으로는 의의로 주부, 업무로는 뜨개질, 타이핑, 잡초 뽑기 등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업무도 질병 발생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의료인에게도 발생하기 쉽다.
주변에 내시경 시술을 열심히 하는 내과 의사나 수술을 많이하는 외과 의사들도 손저림을 호소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특히 문헌에 따르면 치과의사의 6.4%에서 손목터널증후군이 발생한다는 보고도 있다.
◆손이 저리면 모두 손목터널증후군?…혈액순환장애 vs.손목터널증후군 차이는?
손목터널증후군으로 인한 손저림은 단순한 혈액순환장애로 인한 손저림증과는 증상에 약간 차이가 있다.
혈액순환장애는 다섯 손가락이 모두 저리고, 팔도 저리는 것이 보통이다.
시린 증상도 함께 나타나며 찬물이 닿았을 때 시린 증상이 심해진다.
하지만 손목터널증후군은 엄지손가락부터 네 번째 손가락 절반 부분까지 저리는 것이 보통이고, 손등보다는 손바닥 쪽이 저리다.
혈액순환장애 이외에도 목 디스크나 당뇨병 합병증으로 손저림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으므로, 손저림이 시작되면 근전도나 MRI 등을 이용한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조기 치료 중요
손목터널증후군의 초기에는 손저림 증상이 간헐적으로 나타나는데, 이때는 터널내 염증의 완화를 통해 붓기를 줄여주는 치료를 하게 된다.
이를 위해 염증 감소를 위한 소염제 투여, 주사를 이용한 터널 내 스테로이드 주입, 손가락 힘줄의 이동 제한을 위한 부목 고정, 붓기 조절을 위한 온찜질 등이 사용된다.
그러나 이들 치료에 더 이상 반응이 없고 지속적으로 저림을 호소하거나 엄지손가락 기능이 약해질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수술은 손목터널을 둘러싸고 있는 구조물인 ‘가로손목인대 (횡수근인대)’라는 조직을 외과적으로 터주는 방법을 사용한다.
한 손을 수술하는데 대략 15분이 소요되며, 손바닥을 2cm정도만 절개하기 때문에 흉터도 거의 없다.
수술 후 2주 뒤 실밥을 제거하는데, 그 이후에는 손을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많은 환자들이 손저림이 있어도 저절로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로 진단이나 치료를 미루는 경우가 많다.
또한, 수술이라는 단어가 주는 막연한 공포심에 여러 병원을 떠돌며 주사만 맞고 수술을 미루는 환자들도 흔하다.
정형외과학교실 최신우 (강릉아산병원) 교수는 “저 역시 하루에 여러 개의 수술을 마친 뒤 잠자리에 들었는데 손이 저려 잠을 깬 적이 몇 번 있다. 이럴 때마다 의사도 대표적인 3D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손이 저리면 혈액순환장애를 먼저 떠올리고 혈액순환 개선제를 복용하거나 온찜질 등으로 증상을 완화시키려고 시도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하면 결과가 좋은데, 이를 방치하면 엄지손가락의 근력 약화 등 되돌리기 힘든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에 손저림이 반복된다면 두려워 말고 반드시 가까운 수부전문의를 찾아가는 것을 권유드린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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