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새로운 시대를 열다: 진단과 치료의 대전환
치매 치료, 격변하는 최신 동향

신경과학교실 조광덕 (강릉아산병원) 교수
치매 진단 및 치료 분야는 최근 몇 년 새 전에 없던 혁신적인 변화를 맞고 있으며, 특히 2024 ~ 2025년을 기점으로 알츠하이머병 치료의 패러다임이 본격적으로 바뀌고 있다.
알츠하이머병의 원인 물질인 베타 아밀로이드를 직접 제거하는 기전의 신약 레카네맙 (Lecanemab, 상품명 레켐비)이 미국 FDA의 정식 승인에 이어,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 (MFDS)는 2024년 5월, 경도인지장애 또는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레카네맙의 사용을 승인하였고, 2024년 말 (11월 또는 12월) 국내 출시되어 본격적인 처방이 시작되었다.
이는 치매 치료의 목표가 증상의 단순한 완화를 넘어, 질병의 경과 자체를 조절하는 “근본 치료”가 가능해진 새로운 시대로 변화했음을 의미한다.
진단의 혁신으로, 고비용의 PET 검사나 침습적인 뇌척수액 검사를 대체할 수 있는 혈액 기반 바이오마커 검사 (Blood-Based Biomarkers, BBM)의 상용화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2025년 5월, 미국 FDA는 알츠하이머병 관련 아밀로이드 플라크 존재 여부를 조기 진단할 수 있는 최초의 혈액 검사법 (Lumipulse G pTau217 / β-Amyloid 1-42 비율)을 승인했으며, 2025년 7월에는 알츠하이머 협회가 전문의의 혈액 바이오마커 사용에 대한 임상 실무 지침 (CPG)을 발표했다.
이는 진단의 정확성과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여 초조기 진단 시대를 앞당길 핵심 기술로 평가된다.
국내에서 ‘뇌기능개선제’로 광범위하게 사용되어 온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에 대해 2024년, 정부가 보험 급여기준을 ‘치매 환자’에게만 적용하도록 제한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약제의 오남용을 줄이고, 보다 확실한 임상적 근거를 가진 치료 중심으로 나아가겠다는 정책적 의지를 보여준다.
치료 파이프라인의 다변화로, 기존의 아밀로이드 및 타우 표적 외에도, 비만약 GLP-1 유사체 (비만 및 당뇨 치료제)가 치매 예방효과를 보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주목받고 있다. 이 약물들은 염증 완화 및 신경세포 보호 작용을 통해 치매 발병률을 감소시킬 가능성을 보이며, 일부 제약사는 이를 치매 예방 임상시험으로 확장하는 등 새로운 치료 기전이 활발하게 모색되고 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 (AI) 기반의 뇌 영상 분석 솔루션이 알츠하이머병 진단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AI는 PET, MRI 영상에서 아밀로이드 침착 및 뇌 위축 정도를 정밀하게 분석하여 진단의 정확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 복잡한 임상 시험 설계를 지원하고 새로운 신약 후보 물질을 탐색하는 데도 활용되며 치매 의료 전반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이에 대표적인 질문과 답변을 2회로 나누어 FAQ로 알아본다.
Q. 치매란 무엇이며, 단순한 건망증과는 어떻게 구분하나요?
누구나 나이가 들면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낀다. 하지만 물건을 깜빡 두고 잊는 단순한 건망증과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치매는 분명히 다른 질환이다.
두 질환의 차이점을 정확히 이해하고 조기에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건망증과 치매는 혼동되기 쉽지만,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가? 와 자신이 잊었다는 것을 아는가?’가 가장 중요한 구분 기준이다.
건망증은 기억의 세부 내용을 잊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약속 장소를 잊지만 약속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는 기억한다.
물건을 어디에 두었는지와 알던 사람 이름이 잠시 기억나지 않는 증상이 흔하다. 이는 곰곰이 생각하거나 단서를 접하면 곧바로 기억해낼 수 있다. 본인은 자신이 잊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며, 스스로 불편함을 느끼고 메모 등으로 보완하려 한다.
이렇게 기억력 외의 다른 인지기능에는 큰 문제가 없으며,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주지 않는다.
반면에 치매는 기억의 사실 자체를 잊는다. 예를 들어, 약속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까맣게 잊어버린다. 정보를 아예 '새롭게 저장하는' 능력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대화 내용 또는 특정 사건 전체를 완전히 잊어버려 나중에는 그런 일이 있었는지 자체를 기억하지 못한다.
이는 뇌의 기억 저장 (storage) 과정이 손상된 것이다. 이때 치매환자는 자신의 기억력 장애를 자각하지 못하거나 인정하지 않고, 잃어버린 물건을 남이 훔쳐갔다고 의심하기도 한다.
옆에서 힌트를 줘도 기억해내지 못한다. 기억력 외에도 다른 여러 인지 기능 (시간·장소 지남력, 판단력, 계산 능력, 언어 능력)이 전반적으로 저하되고, 이로 인해 익숙한 일 (요리, 운전, 돈관리 등)을 혼자 수행하지 못해 일상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한다.
Q. 알츠하이머 치매의 원인 물질을 확인 하는 PET 검사가 있다는데, 어떤 검사 이며 신약 치료와는 어떤 관련이 있나요?
알츠하이머병의 원인 물질을 확인하는 PET (양전자방출단층촬영) 검사는 주로 아밀로이드 PET와 타우 PET를 의미하며, 이 검사들은 치매를 정확히 진단하고 신약 개발과 치료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어 놓은 핵심적인 기술이다.
알츠하이머병은 베타 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이 뇌 속에서 수십 년에 걸쳐 비정상적으로 쌓이면서 신경세포를 손상시키는 퇴행성 질환이다.
기존의 진단 방법 (인지 기능 검사, MRI)으로는 이 물질의 축적여부를 직접 확인할 수 없었지만, PET 검사를 통해 뇌 내 축적된 부위를 시각화할 수 있게 되었다. 이 검사는 환자에게 아밀로이드나 타우 단백질에만 선택적으로 결합하는 방사성 의약품 (추적자)을 주사한 후, PET 카메라로 뇌를 촬영하여 추적자가 모여 있는 부위를 영상화하는 원리로 이루어진다.
아밀로이드 PET는 뇌 실질에 쌓인 아밀로이드 플라크의 존재 유무를 확인하는데, 알츠하이머병의 가장 초기 병변을 파악하는 데 유용하다.
타우 PET는 신경세포 내에 엉겨 붙어 신경섬유다발을 형성하는 타우 단백질을 확인한다. 이 타우는 신경세포 손상과 인지기능저하의 정도에 더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어, 병의 진행 속도를 예측하는 데 활용된다. 현재 타우 PET 검사는 아밀로이드 PET에 비해서는 임상 현장에서의 사용 빈도가 낮고, 주로 연구 및 임상 시험 분야에서 더욱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최근 개발되어 승인되고 있는 알츠하이머병 신약들 (예: 레카네맙, 도나네맙 등)은 아밀로이드- β 단백질을 직접 제거하는 기전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뇌에 아밀로이드 축적이 확인된 환자에게만 투여 자격이 주어지므로, 아밀로이드 PET가 사실상 치료의 필수 선별 검사로 자리 잡았다.
또한 신약의 효능을 평가하기 위해 치료 전후로 아미로이드 PET검사를 시행하여 아밀로이드가 감소 여부를 확인하게 된다.
이는 단순히 진단을 넘어, 질병의 원인을 직접 표적으로 삼는 근본치료제 (Disease-modifying drug) 개발의 성공과 그 효과를 증명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핵심적인 도구이다.
Q. 최근 개발된 알츠하이머 치료 신약은 어떤 원리로 작용하고 실제로 환자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나요?
임상 연구 결과로는 통계적으로 유의하기는 하나 진행을 지연시키는 효과가 아주 크지는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오랜 세월 동안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는 신경전달물질 조절을 통해 인지기능 저하를 완화하거나 증상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 사용하였다.
하지만 최근 개발된 신약들은 질병의 병리 (pathology) 자체를 직접 제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가장 대표적인 신약인 레카네맙 (Lecanemab)과 도나네맙 (Donanemab)은 모두 단일클론 항체라는 원리를 이용한다.
이는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특정 대상을 공격하게 만드는 ‘정밀유도 미사일’과 같다.
이 신약들은 뇌 속에 쌓여 독성을 유발하는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만을 표적으로 삼아, 뇌의 면역 세포가 이를 제거하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레카네맙은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플라크를 형성하기 직전의 응집체 (원섬유, protofibrils)를 표적으로 하여 독성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며, 도나네맙은 이미 형성된 플라크를 제거하는데 더 집중한다. 즉, 이 약들은 뇌세포를 파괴하는 아밀로이드라는 ‘근본 원인’을 직접 청소함으로써, 질병의 진행 속도를 늦추려는 최초의 시도라 할 수 있다.
대규모 임상 연구 (예: 레카네맙의 Clarity AD 3상)에서 이 신약들은 통계적 유의성을 입증했다. 인지 및 기능 평가 척도 (CDRSB 등)에서 위약군 대비 인지 및 기능 저하 속도가 약 27% 늦춰진 효과를 보였다.
이는 진행이 1년 정도 늦춰진다는 것으로 환자와 가족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지만, 극적인 개선은 아니며 환자가 일상생활에서 체감하는 효과의 크기는 크지 않다고 평가될 수 있다.
통계적으로는 뚜렷한 차이가 있지만, 진행을 멈추거나 역전시키는 것은 아니며, 치매 증상의 악화 속도를 느리게 만들었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이 약들은 알츠하이머병의 경과 자체를 조절할 수 있는 최초의 약물로, 질병을 ‘관리’하는 패러다임 변화를 가져왔다는데 큰 의의가 있으며, 앞으로 알츠하이머병 치료의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Q. 진료실에서 환자들이 콜린알포세레이트 같은 약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 일반적인 치매치료나 예방에 효과가 있나요?
진료실에서 매우 흔하게 접하는 질문이다. 콜린알포세레이트 (Choline Alfoscerate) 제제에 대한 환자들의 관심과 요청이 높은 것은 국내에서 이 약이 ‘뇌기능개선제’ 또는 소위 ‘치매 예방약’으로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이 약물의 실제 효과와 근거에 대해서는 현재 국내외에서 논란이 매우 크며, 엄격한 임상적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이 학계의 주된 의견이다.
콜린알포세레이트는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 (Acetylcholine)의 전구물질로서, 뇌 속 아세틸콜린 농도를 높여 인지 기능을 개선하고, 신경세포막을 안정화하여 신경보호 효과를 제공할 것이라는 가설을 바탕으로 개발되었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는 ‘뇌기능개선제’로 분류되어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축적된 결과들을 종합해보면, 이 약물이 치매의 진행을 유의미하게 늦추거나 치매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는 강력한 증거는 부족하다.
이는 대규모, 장기간, 위약대조 무작위 임상시험 (RCT)결과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콜린알포세레이트의 효과를 주장했던 기존의 긍정적인 연구들 (주로 이탈리아에서 진행된 Ascomalva연구 등)은 소규모이거나, 콜린알포세레이트 단독 효과를 입증하지 않고 기존 치매치료제 (도네페질)와의 병용 효과를 비교한 연구가 많아 약물의 단독 유효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비판을 받았다.
세계 주요 치매치료 가이드라인에는 이 약물이 정식 치료 옵션으로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이는 해당 약물이 일반적인 치매치료제와 동등한 수준의 임상적 근거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환자나 보호자 요청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처방하는 것보다는 치료 효과 실체와 비용-이익을 함께 고려하여 신중히 접근하는 것이 적절하다.
Q. 치매 전단계 (경도인지장애)가 의심되는데 신경과 진료를 바로 보지 못할 경우, 조기 예방에 도움이 되는 일반의 약품이나 전문의약품이 있을까요?
현재까지 대규모 임상 연구를 통해 경도인지장애의 진행을 늦추거나 치매를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입증된 일반의약품이나 전문의약품은 없다. 특정 영양제나 건강보조식품 역시 그 효과가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았으며, 의사의 진단 없이 복용할 경우 오진이나 다른 부작용의 위험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병원 진료를 기다리는 동안에는 의학적으로 효과가 입증된 생활습관 관리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안전한 방법이다. 가장 중요한 조언은 약물에 의존하기보다, 최대한 빨리신경과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다.
경도인지장애가 알츠하이머병형인지 혈관성인지, 또는 우울증이나 기타 원인에 의한 것인지를 감별해야 정확한 관리가 시작된다. 진단 전까지는 약물에 대한 과도한 기대보다는 운동, 독서, 사회적 활동, 고혈압·당뇨·고지혈증 등 위험 요인 관리에 집중하는 것이 치매 예방에 훨씬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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