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새로운 시대를 열다: 진단과 치료의 대전환
치매 치료, 격변하는 최신 동향
지난호에 이어 치매와 관련된 대표적인 질문과 답변 FAQ는 다음과 같다.
Q. 치매에 도움이 된다며 오메가-3 은행잎 추출물, 코코넛 오일 같은 건강기능식품이나 영양제를 복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실제 의학적 근거는 어느 정도인가요?
치매 관리에 도움이 된다는 건강기능식품과 영양제에 대한 문의는 환자분들이 진료실에서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 중 하나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들 성분 대부분이 치매를 치료하거나 예방하는 ‘확실한 효과’를 입증한 대규모 임상 근거는 부족하지만, 일부는 보조적인 역할로서의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오메가-3 지방산 (DHA, EPA)은 일부 소규모 연구에서는 경미한 인지개선 가능성이 제기되었지만, 대규모 무작위대조시험에서는 일관된 유의미한 효과를 증명하지 못했다.
다만, 중성지방을 낮추어 심혈관 건강 개선에 도움을 주므로 뇌 혈관 건강에는 간접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어 보조적인 건강 유지 목적으로 권고된다.
은행잎 추출물은 경도인지장애 환자나 혈관성 인지장애 환자의 인지기능 저하 속도를 늦추는 데 일부 긍정적인 연구 결과가 있다. 특히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인지기능 개선제로 사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알츠하이머병 치매를 뚜렷하게 치료한다는 근거는 부족하다.
코코넛 오일은 뇌의 포도당 대사 저하를 케톤체로 보완하여 인지기능 개선을 기대했으나, 대부분의 임상 연구에서 인지기능이나 치매 진행에 유의미한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다. 현재는 치매 치료나 예방 목적으로 권고되지 않는다.
의학적 관점에서 균형 잡힌 식사가 최우선이다. 특별한 영양소 결핍이 없다면, 고용량 영양제보다 지중해식 식단 (채소, 과일, 통곡물, 생선, 올리브 오일 중심)이나 DASH 식단을 통해 영양을 균형 있게 섭취하는 것이 뇌 건강에 훨씬 중요하다.
Q. 독서, 악기 연주, 퍼즐이나 두뇌 훈련 게임 같은 활동이 정말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되나요?
독서, 악기 연주, 퍼즐, 두뇌 훈련 게임과 같은 활동들은 치매 예방에 상당히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는 인지 예비력 (cognitive reserve)이라는 개념으로 설명된다.
인지 예비력은 뇌에 병변 (아밀로이드 플라크, 신경섬유 엉킴 등)이 생겨도 증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뇌가 병변에 대응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는 고등 인지 활동을 꾸준히 할 때 뇌의 신경 연결망이 더 풍부해지고 효율적으로 발달하는 원리이다. 치매를 유발하는 병리적 변화가 뇌에 축적되더라도, 뇌는 이 풍부한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손상된 부분을 우회하고 인지 기능을 유지하려 한다.
즉, 치매 발병 시기를 지연시키거나 증상의 심각도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
독서 및 학습은 새로운 정보를 이해하고, 문맥을 파악하며, 상상력을 동원하는 과정을 통해 뇌의 여러 영역을 동시에 활성화시킨다.
악기 연주는 악보를 읽고, 손가락을 움직이며, 소리를 듣는 행위는 인지, 운동, 청각 기능 등이 여러 영역의 뇌가 통합적으로 작용하는 복합적인 두뇌 활동이다. 이로 인해 뇌의 연결성을 강화하고 회백질 밀도를 높이는 효과가 보고되었다.
퍼즐 및 두뇌 훈련 게임은 논리적 사고, 문제 해결 능력, 기억력 등을 지속적으로 사용하게 하고 뇌를 활성화 시켜 치매 발현을 지연시키거나 증상의 폭을 완화하는 보조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Q. 운동, 식습관, 수면, 사회적 활동 같은 생활습관이 치매 예방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인가요?
생활습관이 치매 예방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며, 현재까지 알려진 치매 예방 전략 중 가장 강력하고 확실한 근거를 가진 방법들이다.
많은 연구에서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치매 발병 위험을 약 30%에서 최대 40% 이상 줄일 수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특히 운동, 식습관, 수면, 사회적 활동 등 4가지 생활습관은 단순한 '건강 관리'를 넘어 뇌의 구조와 기능을 직접적으로 개선하는 효과를 가진다.
운동은 뇌 건강의 핵심으로 약물을 제외한 모든 예방 요소 중 가장 강력한 근거를 가진다. 치매 위험을 30%가량 감소시키는 것으로 일관되게 보고되고 있다.
유산소 운동은 뇌혈류 개선으로 뇌에 산소와 영양분 공급을 늘리고, 뇌 유래 신경 영양 인자 (BDNF) 분비를 촉진하여 신경 세포의 성장과 새로운 연결망 생성을 돕는다.
권장 사항은 유산소 운동 (걷기, 달리기, 수영)을 주 3회 이상, 30분~1시간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식습관으로, 뇌에 건강한 식단은 신경 퇴행을 늦추고 혈관성 치매의 위험을 낮춘다.
특정 건강한 식단을 따를 경우 치매 위험을 20% 이상 낮출 수 있다.
채소, 과일, 견과류에 풍부한 항산화 물질이 뇌 세포 손상을 줄이고, 동시에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같은 치매 위험 요인을 개선하여 뇌 혈관성 손상을 예방한다.
권장 사항은 지중해식 식단이나 이를 변형한 MIND 식단 (채소, 과일, 통곡물, 생선, 올리브 오일, 견과류 중심)이다.
수면은 단순히 쉬는 활동이 아니라, 뇌의 노폐물을 청소하는 필수 과정이다.
수면의 질이 낮거나 만성적인 수면 부족은 치매 발병 위험을 높이는 주요 요인인데, 수면 중 글림프 시스템 (glymphatic system)이라는 뇌 청소 시스템이 활성화되어, 알츠하이머병의 원인 물질인 아밀로이드-베타와 타우 단백질 등의 노폐물을 제거한다.
또한 수면은 단기 기억을 장기 기억으로 저장하는 데 필수적이다. 권장 사항은 매일 7~8시간의 양질의 수면이 필요하며, 수면장애의 적극적 평가 및 치료가 필요하다.
사회적 고립은 뇌를 위축을 유도하고 스트레스를 높이는 가장 큰 위험 요소 중 하나로, 치매 위험을 2배 이상 높일 수 있다.
타인과의 대화, 협동 활동, 봉사 등은 언어, 추론, 감정 처리 등 가장 복합 인지기능을 활성화한다. 또한 사회적 유대감은 만성스트레스를 줄여 코르티솔 수치를 낮추고 신경 세포 손상을 막는다. 권장 사항은 친구, 가족, 동호회, 봉사 활동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적극적인 사회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4 가지 생활 습관은 각각 독립적으로도 중요하지만, 서로 시너지를 내며 병합된 생활 습관 개선이야말로 현재 치매 예방을 위해 가장 강력하게 권고되는 방법이다.
Q. 치매 환자 가족들이 일상에서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은 무엇이며, 정부에서 어떤 지원 제도가 있는지요?
치매 환자 가족이 일상에서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은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첫 번째, 돌봄 부담이다.
치매는 장기적인 질병이기 때문에 돌봄의 강도와 기간이 가족에게 신체적 소진 (burnout)을 가져온다. 환자가 길을 잃거나 (배회), 수면 장애, 낙상 등의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24시간 긴장 상태를 유지해야 하고, 질병이 진행될수록 식사, 목욕, 배변 등 일상생활 활동 (ADL)을 전적으로 도와야 하므로 신체적 피로가 극심해진다.
또한 돌봄 때문에 직장, 사회생활, 개인적인 여가 시간을 포기하게 되어 경력 단절 및 사회적 고립을 초래한다.
두 번째, 정서적·심리적 스트레스이다.
치매 환자의 인지기능 저하뿐 아니라 문제 행동 (BPSD)이 가족들에게 가장 큰 정신적 고통을 준다. 환자가 가족을 도둑이나 바람피우는 사람으로 오인하는 피해 망상이나, 이유 없는 폭언 및 폭력을 보일 때 심한 상처와 무력감을 느낀다.
인지기능 저하로 인해 정상적인 의사소통이 어려워지면서 정서적 교류가 단절되고, 환자와의 관계가 ‘사랑하는 가족’에서 ‘돌봐야 하는 대상’으로 변하는 데서 오는 괴리가 크다.
이로 인해 주 돌봄 제공자가 우울증이나 불안 장애를 겪을 위험이 매우 높다.
세 번째, 경제적 부담이다.
장기간의 돌봄 비용은 가족의 경제 상황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기저귀, 보조 기구, 전문 요양 시설 입소 시 발생하는 본인 부담금 등 비급여 비용이 높으며, 전문 간병인을 고용하거나 요양 시설에 입소할 경우 매달 수백만 원에 달하는 간병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정부는 이러한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1. 장기요양보험 제도
만 65세 이상 또는 65세 미만이라도 노인성 질병 (치매 등)을 가진 사람 중 6개월 이상 혼자 일상생활이 어려운 경우 등급 (1~5급, 인지지원등급)을 판정받아 지원을 받는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등급을 받아 요양보호사의 방문 서비스 (재가 급여: 방문 요양, 방문 목욕, 방문 간호 등을 집에서 받을 수 있도록 요양보호사를 파견하는 서비스로, 가족의 신체적 부담을 크게 줄여준다), 주·야간 보호소 서비스 (환자를 아침에 시설에 맡기고 저녁에 다시 집으로 모셔오는 데이케어로, 가족이 낮 시간 동안 직장 생활이나 개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는 시설 입소나 가족의 휴가, 경조사 등으로 잠시 돌봄이 불가능할 때 단기간 시설에 입소하여 돌봄을 지원받을 수 있다.
2. 치매안심센터
전국 보건소에 설치된 250개 치매안심센터에서는 환자와 가족에게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치매 조기 검진 및 진단 연계: 만 60세 이상 주민에게 무료 치매 선별검사를 제공하며, 치매 진단 및 치료비 지원을 연계한다.
가족 교육 및 상담: 치매 환자를 이해하고 돌봄 기술을 배우는 '헤아림' 교육과, 자조 모임 등을 통해 가족의 정서적 소진을 관리한다.
쉼터 및 인지 강화 프로그램: 경증 치매 환자를 위한 쉼터를 운영하여 인지 자극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그 시간 동안 가족에게 휴식을 제공한다.
치매 치료관리비 지원: 소득 기준을 충족하는 치매 환자에게 월 3만원 한도 내에서 약물 치료비를 지원한다.
배회감지기 보급: 실종 위험이 있는 환자에게 GPS 위치 추적 배회감지기를 무료로 제공하여 가족의 불안을 덜어준다.
이러한 정부 지원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치매 환자 가족의 어려움을 실질적으로 덜어줄 수 있는 중요한 방법이다.
Q. 앞으로 치매 진단과 치료는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하나요?
치매 (특히 가장 흔한 알츠하이머병)의 진단 및 치료 분야는 최근 몇 년간 혁명적인 변화를 겪고 있으며, 앞으로 몇 년 안에 환자와 가족의 삶의 질을 크게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 핵심 발전 방향은 조기 진단과 질병 진행을 늦추는 근본적인 치료제 개발이다.
먼저 진단 분야의 발전 방향으로 미래에는 증상이 나타나기 훨씬 전, 즉 무증상 단계에서 치매를 예측하고 진단하는 기술이 일반화될 것이다.
현재의 정밀 진단 (PET 촬영, 뇌척수액 검사)은 비용과 접근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 앞으로 혈액 기반 진단이 상용화될 것이고, 혈액 검사만으로 아밀로이드-베타나 타우 단백질과 같은 치매 유발 핵심 단백질의 이상 여부를 감지하는 기술이 이미 발전하고 있다. 이는 간편하고 저렴하게 치매 위험을 조기에 선별하는 길을 열어줄 것이다.
AI 및 디지털 헬스케어 기반 진단으로는 AI가 환자의 일상 대화 패턴, 목소리의 변화, 스마트폰 사용 기록, 수면 패턴 등 언어, 음성 및 행동 패턴을 분석하여 인지 저하를 조기에 감지하려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또한 PET, MRI 등의 영상과 결합한 AI 기반 영상분석 솔루션이 아밀로이드, 타우, 뇌 위축, 신경 염증 등 다양한 병리 소견을 정밀하게 정량화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치료 분야의 발전 방향은 기존의 증상 완화제 대신, 병의 근본 원인을 표적으로 하여 질병 진행 자체를 늦추는 치료법이 주류가 될 것이다. 현재 레카네맙 (레켐비), 도나네맙과 같은 항아밀로이드 항체 치료제가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인지 저하 속도를 늦추는 효과를 입증하며 치료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앞으로 아밀로이드 표적 치료제의 확대 및 차세대 약물 개발로서, 부작용은 줄이고 효과는 높인 차세대 항체 치료제 (예: 트론티네맙)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그리고 아밀로이드 다음 단계로 알려진 타우 단백질 응집과 신경 염증을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들이 현재 임상 시험 단계에 있다.
또한 백신 및 재생 치료의 가능성으로, 아밀로이드나 타우 단백질에 대한 면역 반응을 유도하여 뇌 속 노폐물을 제거하는 치료용 백신 연구도 진행 중이며, 손상된 신경 세포를 대체하는 줄기세포 및 유전자 치료 연구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진행될 것이다.
Q. 기타 우리 의대생에게 하시고 싶은 얘기가 있으시다면 부탁드리겠습니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속도로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고 있으며, 치매 환자 100만 명 시대를 맞았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사회와 의료 시스템 전반 중대한 도전 과제를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신경과 분야는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격변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과거 치매는 ‘치료할 수 없는 병’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지만, 여러분이 배우고 있는 지금이 바로 그 패러다임이 무너지고 새롭게 재편되는 전환점입니다.
진단 기술은 혈액 기반 검사, AI 분석, 디지털 바이오마커로 등 간편하고 빠른 기술로 치매를 증상 발현 수년 전에 예측하는 시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치료의 혁신으로 더 이상 단순 증상 조절이 아니라 치매를 ‘만성적으로 관리 가능한 질환’으로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곧 타우, 염증 등 다양한 원인을 겨냥하는 개인 맞춤형 치료가 현실이 될 것입니다.
여러분은 신경계라는 신비로운 영역을 탐구하며, 단순히 증상을 관리하는 의사가 아닌, 병의 진행 경로 자체를 바꾸는 치료의 주역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젊고 유능한 의사들이 이 새로운 물결에 함께 한다면, 늘어나는 노인 인구 속에서 환자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치매 정복의 주역으로 빛날 수 있을 것입니다.
부디 끊임없이 질문하고 탐구하며, 환자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미래 의사로 성장하시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05505) 서울시 송파구 올림픽로 43길 88 울산대학교 협력병원 02-3010-4207, 4208, 4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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