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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호
건강칼럼
아킬레스건 파열 치료의 패러다임 전환: 꿰매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2026-07-12

최근 진료실이나 응급실에서 아킬레스건 파열로 내원하는 환자들을 부쩍 자주 만나게 됩니다.

아킬레스건은 우리 몸에서 가장 크고 강력한 힘줄 (Tendon)입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인체에서 가장 흔하게 파열되는 힘줄이기도 합니다.

최근 여러 문헌에 따르면 아킬레스건 파열의 전체적인 발생률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인데, 그 주된 원인으로는 크게 세 가지가 꼽힙니다.

첫째, 인구의 고령화입니다.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건에 퇴행성 변화 (Tendinopathy)가 축적되면서 일상적인 저에너지 활동 중에도 파열에 취약해지기 때문입니다.

둘째, 비만 유병률의 증가입니다.

체중이 늘어남에 따라 보행이나 활동 시 아킬레스건이 감당해야 하는 기계적 부하가 가중되는 것이 원인입니다.

셋째, 스포츠 참여의 증가입니다.

특히 테니스, 배드민턴, 축구, 러닝 등 발목을 폭발적으로 사용하는 스포츠 인구가 늘어난 것이 큽니다.

평일에는 신체 활동이 적다가 주말에만 격렬한 운동을 몰아서 하는 사람들을 일컬어 ‘주말 전사 (Weekend Warrior)’라고 부르는데, 아킬레스건 파열은 바로 이들에게서 집중적으로 발생합니다. 또한, 겨울 내내 활동량을 줄였다가 날이 풀리는 봄철에 갑자기 무리한 야외 운동을 시작하면서 파열되는 경우가 많아, 이를 아킬레스건 손상의 계절적 변동성 (Seasonal variation)이나 ‘봄철 전사 (Spring Warrior)’의 증가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흔해진 아킬레스건 파열, 과연 어떻게 치료하는 것이 최선일까요?


◆수술 vs 비수술, 그리고 치료의 진짜 핵심

아킬레스건 파열의 치료는 크게 깁스나 보조기를 이용하는 보존적 치료와 끊어진 건을 이어주는 수술적 치료로 나뉩니다.

환자분들과 의대생 여러분이 가장 궁금해할 ‘어떤 치료가 더 우월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최근 문헌들의 대답은 “어느 방법을 선택하든 임상적 결과는 전반적으로 우수하다”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보존적 치료 시 재파열 (Re-rupture)률이 높아 수술이 강하게 권장되었으나, 최근에는 수술 부작용 (감염, 피부 괴사 등)을 피하면서도 수술에 필적하는 결과를 내는 보존적 치료를 선호하는 추세가 늘고 있습니다.

이처럼 보존적 치료를 선택하든 수술적 치료를 선택하든 모두 좋은 결과를 보이지만, 최근 족부족관절 영역에서 강조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은, 어떤 치료를 선택하느냐에 관계 없이 조기에 적절한 재활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장기간 고정의 시대에서 ‘조기 적극적 재활’의 시대로

과거에는 6~8주간 통깁스 (Long-leg cast 등)를 통해 발목을 꽁꽁 묶어두는 장기간 고정이 당연한 원칙이었습니다. 움직이면 다시 끊어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죠.

하지만 최근의 치료 경향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장기간의 고정은 피하고, 조기 (Early)의 적극적인 기능적 재활을 시행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점이 수많은 논문을 통해 입증되고 있습니다.

재활 과정에 대해 간략히 설명드리면, 수술 후 이른 시기 (보통 수술 후 2주)에 보조기를 착용하고 최대 배굴 각도를 -15도 (족저굴곡 상태)에서 점진적으로 올려나가며 발목의 관절 운동을 시작하고, 보조기 착용 후 바로 체중부하 보행을 시작하게 됩니다.

조기 재활은 단순히 관절의 강직을 막기 위함이 아닙니다. 아킬레스건에 적절한 기계적 부하 (Mechanical loading)를 주며 체중 부하를 시작하는 것이 건 치유 (Tendon healing)를 세포 수준에서 촉진하기 때문입니다.

기계적 자극은 건세포 (Tenocyte)를 자극하여 무질서하게 얽혀있던 콜라겐 섬유들이 힘을 받는 장력 방향에 맞춰 평행하고 견고하게 재배열되도록 만듭니다.

결과적으로 이른 재활이 재파열의 위험을 오히려 낮추고 환자의 빠른 일상 복귀 및 스포츠 활동으로의 복귀를 돕습니다.

“빠른 재활이 재파열을 낮춘다” 이것이 현재 아킬레스건 파열에서 강조하는 가장 핵심적인 패러다임의 전환입니다.


◆수술의 디테일: 건의 길이는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

아킬레스건 파열을 수술적 치료로 봉합하게 되는 경우, 수술실에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바로 건의 길이 (Tendon length)와 장력 (Tension)입니다.

정형외과의 바이블로 불리는 켐벨 (Campbell's Operative Orthopaedics)을 비롯한 고전적인 문헌에서는 발목을 90도(Dorsiflexion 0도)로 만든 상태에서 건을 봉합하라고 안내하는 경우가 많고, 현재 한국 의료 현장에서도 그렇게 수술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몸의 건은 치유 과정에서 지속적인 장력을 받으면 필연적으로 길이가 늘어나는 ‘크립 (Creep)’ 현상을 겪게 됩니다.

만약 처음부터 0도에 맞춰 봉합한다면, 나중에는 건이 헐거워져 발목이 과도하게 위로 꺾이는 과배굴 (Hyperdorsiflexion) 상태가 되어 버립니다.

아킬레스건이 길어져 버리면 종아리 근육이 수축해도 그 힘이 발뒤꿈치로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저측 굴곡력 (Plantarflexion power)이 영구적으로 저하됩니다. 땅을 차고 나가는 힘을 잃게되는 것이죠. 따라서 실제 수술실에서는 반대편 (건측) 발목의 자연스러운 굴곡 각도나 족척근건 (Plantaris tendon)의 길이를 기준으로 삼아, 약간의 저측 굴곡 (Plantarflexion) 상태를 유지하며 약간 타이트하게 (단축하여) 텐션을 주어 봉합합니다.

치유 과정에서 늘어날 것을 미리 계산하는 것, 이것이 환자의 미래 운동 능력을 보존하는 숨겨진 디테일입니다.


◆의대생 후배들에게 전하는 말

교과서를 통해 배우는 지식과 수술 방법에 대한 이해도 중요하지만, 실제 진료실에서 환자에게 건네야 할 ‘현실적인 예후(Prognosis)’를 아는 것도 의사의 중요한 덕목입니다.

아킬레스건 파열은 성공적으로 수술과 재활을 마쳐도, 다친 쪽 종아리 둘레가 평균 1.5cm가량 감소하고 10~15% 정도의 영구적인 근력 저하가 남을 수 있습니다.

또한, 한 발로 까치발을 서는 동작 (Single heel raise)은 보통 다친 지 6개월은 지나야 수월해집니다.

이를 미리 환자에게 설명하여 손상 이전의 100% 상태로 완벽히 돌아가기는 어렵다는 점을 인지시키고, 조기 재활 및 꾸준한 운동을 독려하는 것이 진정한 주치의의 역할입니다.

의학은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연구를 통해 진화하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 전통적인 장기간 고정술이 정답으로 알려져 왔으나, 이제는 기계적 자극이 건세포를 자극하고 콜라겐 (Collagen)배열을 변화시킨다는 기초의학적 근거를 토대로 '조기 재활'이라는 새로운 임상 프로토콜을 이끌어냈습니다.

이처럼 끊임없이 발전하는 지식을 임상에 유연하게 적용하는 과정, 이것이 바로 의대생 여러분이 앞으로 진료 현장에서 계속해서 고민하고 실천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러닝 인구 천만 시대라고 불리는 ‘러닝 붐’을 비롯해 스포츠를 즐기는 인구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훗날 유연한 사고와 최신 지견으로 환자들의 스포츠 활동을 지켜주고, 온전한 일상을 되찾아주는 멋진 의사로 성장하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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