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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호
건강칼럼
젊은 나이에도 대장암이 생길 수 있을까?
2026-09-26

내과학교실 (소화기) 이승범 (울산대학교병원) 교수


최근 진료실에서 비교적 젊은 나이에 대장내시경을 받고 대장암이나 진행성 용종을 진단받는 환자들을 만나게 된다.

대장암이라고 하면 흔히 50대 이후, 혹은 고령에서 주로 발생하는 암으로 생각하기 쉽다.

실제로 대장암의 대부분은 50세 이후에 발생하지만, 최근 의학계에서는 50세 이전에 진단되는 조기 발병 대장암 (early-onset colorectal cancer)이 중요한 주제로 떠오르고 있다.


조기 발병 대장암은 단순히 “젊은 사람에게 생긴 대장암”이라는 의미를 넘어선다.

젊기 때문에 건강 검진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적고, 복통이나 설사, 혈변 같은 증상이 있어도 장염, 과민성 장증후군 또는 치질 정도로 생각하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진단 시점에는 이미 병기가 진행되어 있거나 림프절전이가 동반된 상태로 발견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젊은 사람도 모두 대장내시경을 받아야 할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조기 발병 대장암의 특징과 위험요인을 차분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조기 발병 대장암은 왜 주목받고 있는가?

미국과 서구 여러 나라에서는 최근 수십 년 동안 50세 미만에서 발생하는 대장암이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때문에 미국에서는 대장암 검진 시작 연령을 기존50세에서 45세로 낮추는 방향으로 권고가 바뀌었다.

우리나라도 2000년대 이후 조기 발병 대장암이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으나, 최근 국가 암 통계에서는 2010년대 중반 이후 뚜렷한 증가 추세가 지속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경우 상대적으로 대장내시경 접근성이 좋고, 젊은연령에서도 증상이 있거나 건강검진을 통해 대장내시경과 용종절제술을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증가하지 않는다”는 말이 “안심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젊은 환자에서 대장암이 발견되면 개인과 가족에게 미치는 충격이 크고, 진단이 늦어질 경우 치료 과정도 더 복잡해질 수 있다.

따라서 젊다는 이유만으로 위험 신호를 가볍게 넘기지 않는 태도가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단서, 가족력

조기 발병 대장암에서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위험요인은 가족력이다.

부모, 형제, 자매 중 대장암 환자가 있는 경우, 특히 그 가족이 비교적 젊은 나이에 대장암을 진단받았다면 본인의 검진 전략도 달라져야 한다.

조기 발병 대장암 중 일부는 유전적 요인과 관련되어 있다.

대표적인 것이 린치 증후군 (Lynch syndrome)이다.

린치 증후군은 DNA 복제 과정에서 생기는 오류를 교정하는 유전자에 이상이 생겨 대장암뿐 아니라 자궁내막암 등 여러 암의 위험이 증가하는 유전성 암 증후군이다.

물론 젊은 나이에 대장암이 생겼다고 해서 모두 유전성 암은 아니다.

실제로 조기 발병 대장암의 상당수는 뚜렷한 유전 질환 없이 산발적으로 발생한다.

그러나 젊은 대장암 환자에서는 일반적인 대장암보다 유전적 요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기 때문에, 진단 후에는 가족력 확인과 필요한 경우 유전 상담을 고려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메시지는 다음과 같다.

가족 중 대장암 환자가 있다면 “나는 아직 젊으니까 괜찮다”고 생각하기보다, 본인에게 맞는 검진 시작 시기와 검사 간격을 전문의와 상의하는 것이 좋다.


◆생활습관도 젊은 대장암과 무관하지 않다

조기 발병 대장암의 증가 원인은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여러 연구에서 공통적으로 거론되는 요인들이 있다. 비만, 고지혈증과 같은 대사 이상, 붉은 고기와 고지방식, 음주, 좌식 생활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현대 사회의 생활습관 변화는 젊은 세대의 장 건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부터 고열량 식사, 가공식품, 설탕이 많이 들어간 음료, 운동 부족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대장암은 보통 오랜 시간에 걸쳐 발생하므로, 젊은 대장암을 이해하려면 성인이 된 이후의 생활습관뿐 아니라 더 이른 시기의 환경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특정 음식 하나를 지나치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는 점이다.

붉은 고기를 한 번 먹었다고 대장암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설탕 음료를 마셨다고 곧바로 암 위험이 결정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장기간 반복되는 식습관, 체중 증가, 운동 부족, 대사 이상이 누적되면 대장암 위험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결국 대장암 예방을 위한 생활습관은 특별한 비법이 아니다.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규칙적으로 움직이며, 과도한 음주를 피하고, 섬유소가 풍부한 식사를 하는 것. 너무 익숙해서 새롭지 않지만, 실제로 가장 오래 유지하기 어렵고 그래서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


◆어떤 증상이 있으면 검사를 고려해야 할까?

젊은 연령에서도 혈변이 반복되거나, 원인 모를 빈혈이 확인되거나, 체중이 줄거나, 배변 습관이 뚜렷하게 변하는 경우에는 단순한 장염이나 치질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복통이나 설사가 오래 지속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는 증상이 없더라도 검진 시기를 앞당겨야 할 수 있다.

부모나 형제 중 비교적 젊은 나이에 대장암이 발생한 경우, 또는 여러 명의 직계가족에게 대장암이 있었던 경우에는 본인에게 적절한 대장내시경 시작 시기와 추적 간격을 반드시 상담해야 한다.

대장내시경은 단순히 암을 발견하는 검사가 아니다.

대장암의 전 단계인 선종성 용종을 발견하고 제거함으로써 암을 예방할 수 있는 검사이다. 이것이 대장내시경이 다른 암 검진과 구별되는 중요한 장점이다.


◆젊은 대장암은 더 나쁜 암인가?

조기 발병 대장암은 진단 당시 진행된 병기로 발견되는 경우가 많고, 일부에서는 조직학적으로 공격적인 형태가 더 흔하게 관찰된다.

그래서 젊은 나이에 생긴 대장암은 무조건 더 예후가 나쁘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 부분은 균형 있게 이해해야 한다.

젊은 환자에서 진행된 병기로 발견되는 이유 중 하나는 암 자체가 반드시 더 빠르게 자라기 때문이라기보다, 검진 대상이 아니어서 늦게 발견되기 때문일 수 있다.

실제로 유전적 이상과 관련이 없는 산발성 조기 발병 대장암의 경우, 같은 병기에서 비교하면 50세 이후 발생한 대장암과 치료반응이나 암 관련 생존율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즉, 조기 발병 대장암을 지나치게 공포의 대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더 중요한 것은 위험 신호를 놓치지 않고, 필요한 사람에게 적절한 시기에 대장내시경을 시행하며, 진단 후에는 병기와 분자생물학적 특성에 맞추어 표준 치료를 정확히 적용하는 것이다.


◆의대생 후배들에게 전하는 말

의대생 여러분이 대장암을 배울 때 가장 먼저 익히는 것은 대장암의 병기, 조직형, 수술과 항암치료, 그리고 검진 권고안일 것이다.

그러나 실제 진료실에서 중요한 것은 “이 환자에게 왜 지금 대장내시경이 필요한가”를 판단하는 일이다.

젊은 환자가 혈변을 호소할 때 단순 치질로만 생각할 것인지, 반복되는 복통과 체중 감소를 기능성 질환으로만 볼 것인지, 가족력을 확인하고 검진 전략을 다시 세울 것인지는 모두 임상적 판단의 문제이다.

동시에 모든 젊은 사람에게 무조건 대장내시경을 권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가족력, 증상, 생활습관, 동반 질환, 이전 검사 결과를 종합해 위험도를 평가하고,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검사를 권하는 것이 좋은 의사의 역할이다.

젊다는 이유만으로 증상을 가볍게 넘기지 않는 것, 가족력을 잘 확인하는 것, 그리고 건강한 생활습관을 오래 유지하는 것. 이것이 조기 발병 대장암 시대에 우리가 기억해야 할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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