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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호
의대소식
[미니인터뷰] 정신건강의학교실 김성윤 (서울아산병원) 교수
2026-03-29

Q. 정년을 맞이하신 소감

반갑습니다. 제가 울산의대와 인연을 맺은 게 1994년 9월이었어요. 

당시엔 서울중앙병원이었던 서울아산병원에서 일을 시작해 1995년 2월에 의대 교수 발령을 받았으니, 이번 2026년 2월 퇴임까지 딱 31년이 되네요.

30년 세월 동안 세상도 참 많이 변했고 저 자신도 참 많이 바뀌었습니다. 

우리나라 환자분들의 연령대가 몰라보게 높아졌어요. 고령임에도 활기차고 의미있게 사시는 분들이 정말 많아진 사회가 됐죠. 

저 역시 마음은 아직 청춘이라 퇴임 후에도 계속 진료와 일반인을 위한 교육활동을 지속할 예정입니다. 

특히 그동안 쌓아온 경험을 단순히 지식이나 정보 차원을 넘어, 후학이나 주변 분들에게 통합적인 지혜로 전수하고 싶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습니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일과 아쉬웠던 일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발령 3년 후인 1997년부터 정신건강의학과 내에서 치매 클리닉을 개설하여 본격적인 ‘노인정신의학’ 분야의 연구와 진료,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 일입니다.

아쉬움이 남는 일도 많았지요. 

특히 2010년경부터 미국이나 유럽, 일본의 사례를 모델로 ‘코리안 애드니 (Korean ADNI)’라는 치매 연구 프로젝트를 위해 참 고군분투했습니다. 

국내 여러 대학병원의 정신건강의학과와 신경과가 힘을 합하고 복지부나 과기부 등 여러 정부 부처와 접촉하며 야심차게 공동연구를 위한 플랫폼을 런칭했는데, 워낙 여러 임상과, 영상의학과, 기초의학, 산업계 등 다양한 분야가 대규모로 협동해야 하는 장기간 프로젝트다 보니 팀 간의 조율과 협동이 쉽지 않았어요. 

결국 5년 정도 후 뼈아프게 연구를 접어야 했지만 이를 계기로 임상과 기초, 의료와 비의료계가 공동 목표를 위해 공조하는 다학제 연구체계가 많이 만들어졌습니다.

‘오픈 데이터 시대’의 기틀을 닦는 데 일익을 담당했다는 점에서는 나름의 의미를 찾고 있습니다.


Q. 우리 의대가 세계적인 의과대학이 되기 위해 필요한 부분

요즘 K-팝, K-푸드처럼 의학 연구도 외국 연구의 ‘코리안 버전’을 만드는 활동들이 많습니다. 

한국만의 차별화된 특성을 연구하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지만, 단순히 외국 모델의 베리에이션 (variation)을 확인하는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봐요.  

본격적으로 질병과 건강, 생물학의 근본을 파고드는 ‘넓고 깊은 우물’을 파야 합니다. 

면역, 암이나 노화, 미생물과의 공존 등 여전히 풀리지 않는 본질적인 문제에 도전하는 분위기가 교수님들과 연구진 사이에 

팽배해야 이런 학구적 호기심이 젊은 의학도들에게도 스며들 수 있다고 봅니다. 

또한 ‘융합과 통합’의 폭이 아직 부족하다고 봅니다. 

자기 분야의 깊이를 넘어서서 타 분야의 발전을 공유하고 엮어낼 수 있는 리더십과 시스템이 갖춰질 때, 우리 의대와 여러 협력 병원들의 에너지가 학생들에게까지 흘러 넘치는 진정한 세계 수준의 대학의 발판이 될 거라 봅니다. 


Q. 후학들이 최고의 의사 및 최고의 연구자가 되기 위해 준비해야 할 부분

먼저 최고의 의사가 되기 위한 세 가지. 

첫째는 환자 및 가족과 공감할 수 있는 인문학적 자질입니다. 

증상을 해결하는 것을 넘어, 그 환자가 나아진 몸으로 자기 가족과 사회에 무언가 기여할 수 있어야 진정한 치료입니다. 

환자의 좌절, 고통, 희망, 잠재력을 읽으려면 의사 스스로 깊은 인문학적 소양이 필요합니다. 

둘째는 외국어 능력입니다. 

인공지능의 시대에도 외국어 공부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영어건 중국어건 공부 과정에서 언어 뒤에 숨어있는 의미와 맥락을 읽는 훈련은 결국 질병의 이면을 들여다 볼 줄 아는 능력으로 연결됩니다. 

셋째는 본인의 건강입니다. 

의사 자신이 건강하고 행복해야 그 에너지를 환자와 나눌 수 있습니다. 몸과 마음의 건강을 꾸준히 닦아나가길 바랍니다.

다음으로 최고의 연구자가 되기 위한 준비. 

첫째, 인공지능 (AI)과 데이터 문해력 함양입니다. 

AI는 이미 많은 전문가의 영역을 대체하고 있습니다. 이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주도적으로 방향키를 쥘 수 있으려면 AI를 파트너로 받아들이고, 방대한 데이터를 이해하고 공유하는 ‘오픈 사이언스’의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둘째, 자신의 전문분야에 관계없이 생명, 진화, 노화 등 생물학의 본질적 이슈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길 바랍니다. 

셋째, 연구를 진행하며 어떻게 (how) 하는 것이 좋을지 궁리하고 고민하는 것 못지 않게 한발 더 나아가 왜 (why) 이것을 하는지에 대한 윤리적인, 그리고 철학적인 고민을 멈추지 마시기 바랍니다. 

기술과 기법이 화려해질수록 인간의 존엄과 윤리적 책임감에 대한 성찰이 여러분 연구의 균형을 지켜줄 겁니다.


Q. 후학들이 이런 부분은 꼭 더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부분 

30여년 전 전공의 시절 정신의학 수련을 받으며 언젠가는 조현병이나 조울증 같은 질환의 원인이 밝혀지고 질병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뇌와 정신의 비밀은 아직 풀리지 않고 있습니다. 

AI가 인간 정신의 여러 측면을 모델링 하고 있지만 실제 뇌의 작동, 혹은 오작동 방식과는 전혀 다릅니다. 인지, 의식, 정서, 정신 발달 등 해결되지 않은 수많은 미지의 영역에 끊임없이 도전해 주길 바랍니다.

또한 사회와 교육의 제도도 이제는 ‘팔방미인’ 요구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연구, 혹은 진료나 교육 모두를 다 잘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시대에 걸맞지 않습니다. 

본인의 재능에 맞춰 특정 영역에 전념할 수 있도록 이를 인정해 주는 사회적, 교육적 시스템이 정착되어야 합니다. 

또한 ‘공동 연구’와 ‘데이터 공유’ 문화가 더 확산되었으면 합니다. 

분야를 넘나들고 데이터를 쉐어함으로써 더 가치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경험이 누적되고 확산되기를 바랍니다.


Q. 기타 하시고 싶은 얘기

제가 활동한 지난 30년과 여러분이 앞으로 맞이할 30년의 의료 현장은 완전히 다를 겁니다. 질병의 양상도, 사회의 구조도, 기술의 수준도 현저히 달라지겠죠. 

학교에서 배운 지식은 5년, 10년도 안되어 옛것이 될 겁니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끊임없이 흡수하세요. 

그리고 어떻게 하면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동료들과 함께 나누고 함께 발전할 수 있을지 고민해 주세요. 일류 대학, 일류 연구소, 일류 병원에서 일한다는 것은 멋진 일입니다. 

자신의 가치와 훌륭함을 입증한 것이지요. 하지만 일류가 아닌 곳을 내가 있음으로써 일류로 바뀌게 만드는 것 만큼 더 멋지고 가치있는 일이 있을까요? 활어역수 (活魚逆水)라 했습니다. 

항상 여러분의 건투를 기대합니다.

(05505) 서울시 송파구 올림픽로 43길 88 울산대학교 협력병원 02-3010-4207, 4208, 4209

홈페이지 문의 : wj0216@ulsan.ac.kr, 동문회 문의 : esmoon@ul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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