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우리 의대 학생들과 비대위에서는 그동안 다양한 활동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앞으로 의대생들이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은?
학생들이 초기에는 헌혈이나 의료봉사도 많이 하면서 국민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줄 수 있는 의미 있는 활동을 했다. 하지만 현재는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정부와의 대치가 예상보다 많이 길어졌고, 앞으로 더 길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러분은 이 시간을 자기계발하는 데 집중해 보면 좋겠다. 의학을 공부할 필요는 없고, 대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살펴보자. 독서도 좋고, 평소 자기가 못 하던 것에 도전하는 것도 좋다.
나는 학생 시절 전국 국립공원을 다 돌아다니며 등산도 하고 예술사와 철학도 공부했다. 운동도 하고, 자기만의 논리를 가질 수 있도록 인문학을 공부하는 것도 좋겠다.
요즘은 전공의들과 함께 통계를 공부하고 있다. 의사라도 AI나 머신러닝, 파이썬과 프로그래밍 등 이공계 지식을 함께 갖추고 있는 것이 유리하겠다. AI가 맞나 틀리나는 구분할 줄 알아야 하지 않겠나.
앞으로는 의사로서 더 능력 있는 사람만 살아남지 않을까 싶다. 의학은 나날이 발전하고 변화하는 만큼, 남들이 못하는 것들을 할 수 있도록 능력을 기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Q. 이번 일로 의사집단과 국민들 사이 라뽀가 많이 깨졌는데, 신뢰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의대생들과 의사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의사와 국민의 라뽀가 깨졌다고 하지만, 오히려 병원에 내원하는 환자들은 의사들의 입장을 이해하고, 고마워한다. 내원하는 환자는 소수이기 때문에 그렇게 느껴지는 것이다.
라뽀가 깨지는 것은 언론이 조장하는 것도 있으므로, 학생 입장에서 그것을 뒤바꿀 정도의 일을 하기에는 어렵다.
하고 싶다면, 주변의 친척과 친구들을 설득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열심히 자기계발하며, 의대생들이 마냥 쉬는 게 아니라는 이미지를 심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Q. 이번 사태에서 의료계의 대처가 아쉽다는 반응이 많았다. 만일 다음 번에도 의료계와 정부 사이 마찰이 생긴다면, 보완해야 할 부분은?
의료 정책을 주도하여 관리해야 할 의사협회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의사 전체를 대표하는 정립된 조직이 없기 때문에, 의정협의체를 만들어도 전체 의사의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는 게 문제이다.
여러 사람이 돌아가며 집행부를 맡는 의대생협회도 마찬가지다. 대표가 자주 바뀌는 조직은 요즘 같은 상황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끌기에 적합하지 않은 것 같다.
대표가 갑자기 손들고 나가버리면 책임질 사람 없이 끝나지 않나. 대표성을 가진 조직에서 적극적으로 주장을 펼치고 변화를 주도해야 한다. 그러려면 꾸준하게 업무를 유지하고 대외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일관된 조직이 있어야 하겠다. 선거를 통해 집행부를 꾸려도 좋겠다.
Q. 전국의대교수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으로 현 상황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와 기타 하고 싶은 말
의정 갈등은 2000년부터 계속되고 있다. 그동안 의료계는 수련제도와 수가를 비롯하여 계속 문제점을 지적해 왔지만, 잠깐 화제가 되었다가 금방 시들해지곤 했다.
학생과 전공의의 요구사항을 바탕으로 정부와 대화와 협상을 해야 할 텐데, 정부의 입장이 강경하니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지금으로서는 그냥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돌아갈까 봐 많이들 불안할 것이다. 그래도 무언가 얻어내야 하지 않겠나. 지금은 정부가 태도를 바꿀 때까지 버티는 수밖에 없다.
이 상황을 개인의 힘으로 돌파하기는 어려우리라. 그렇지만 너무 쉽게 실망하고 좌절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맨 처음 의사가 되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그때의 꿈을 최대한 살려서, 새롭게 방향을 찾아보자.
우리 의대 교수님들과 함께 나아간다면, 누구보다 더 뛰어난 의사가 될 수도 있다. 우리 교수들도 학생과 전공의가 돌아올 공간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 버텨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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