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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호
동문Interview
19기 손효정 (독일 베를린 종합병원 마취과 전문의)
2025-03-31


"지금 내가 선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십시오."

외국에서의 의사생활은 결국 외국으로의 이민


우리 의대 졸업생들이 국내외는 물론 다양한 곳에서 선도적인 역할들을 하고 있다.

이번호에는 최근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외국에서의 의사생활과 관련하여 독일에서 의사생활을 하고 있는 동문을 통해 현지의 생활 등에 대하여 들어보았다.

Q. 간단한 본인 소개

안녕하세요, 저는 2012년에 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아산병원에서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수련을 마친 울산의대 19기 손효정이라고 합니다.

2019년부터 독일 베를린의 종합병원에서 마취과 전문의로서 수술방과 외과계 중환자실에 근무하고 있으며, 2022년부터 베를린 소방서 소속 응급구조의사로 출동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지면을 통해서 만나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Q. 여러 나라 중 독일을 선택한 이유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의사로서 생활하는 것이 결정의 주된 부분은 아니었고, 해외에서 긴 시간을 체류하며 다른 삶의 방식과 문화를 경험해보고 싶은 마음이 가장 컸습니다.

성실하고 떳떳하게 한 사람 몫의 일을 하고, 그 이외에 제 개인에게 주어지는 시간은 저 스스로를 위해 온전히 쓰는 삶의 방식을 현실적으로 실천해보고 싶었습니다.

의학 및 의료 자체에서 교육, 수련 및 진료의 질적인 면에서 해외에 한국보다 드라마틱하게 다르거나 나은 점이 있을거라고 기대하지는 않았습니다.

독일, 그리고 특히 그중에서도 베를린은 20세기 역사의 한 중간에서 극적인 변화를 여러번 맞이했던 곳으로, 제가 개인적으로 흥미를 가졌던 도시입니다.

이곳에도 많은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여 더 합리적인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모두 함께 고민하고 토론하는 분위기가 인상적인 사회입니다.

살아보고 싶은 곳과 삶의 형태를 먼저 정하고 나니, 그곳에서의 의사생활은 그 결정에 따라오는 부수적인 일이었던것 같아요.


Q. 독일 의사 준비 과정 (독일어 공부 및 의사면허 준비)

가장 먼저 준비해야 하는 것은 일반 독일어 유럽언어기준 B2입니다.

일반화는 힘들지만 중상급자 정도의 레벨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고, 이 부분은 수업을 듣고 시험을 치르는 것이 한국에서도 가능합니다. 저는 독일어 사전지식 없이 레지던트 3년차 여름부터 어학원을 다니며 독일어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이후에 독일에서 치르는 Fachspracheprüfung (의학독일어 전문언어 시험, 유럽언어기준 C1)을 통과해야 합니다.

독일어로 환자를 진료하고 의무기록을 독일식으로 작성하며, 다른 동료와 환자에 대해 의학적 토론이 가능한지를 기준으로 언어능력을 평가합니다.

저는 베를린 샤리테 병원의 외국인 의사를 위한 의학독일어 코스를 통해 시험을 준비했습니다.

세번째로는 의학지식의 동등성을 평가하는 Kenntnisprüfung (지식시험)이 있는데, 이 부분은 지원자의 의사경력 여부에 따라 면제가 되기도 합니다.

지원자가 대학교의 교육과정 및 성적, 병원의 수련내역 등을 모두 제출하면 그 자료를 바탕으로 면제여부를 심사합니다. 저의 경우에는 이 시험이 면제되어 바로 독일의 의사면허 (Approbation)가 발급되었습니다.


Q. 한국과 비교하여 독일 의사의 차이점이 있다면?

제가 수련과정과 병원생활 전반에서 느끼는 가장 큰 차이는, 전문의 수련과정의 구성이 훨씬 자유도가 높고, 수련 자체가 스승과 제자의 도제식이라기보다는 회사를 다니며 커리어를 쌓는 것에 가깝다는 점입니다.

우선 수련과정 중에 병원을 이직하는 것이 자유롭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방향에 따라, 큰 대학병원 한군데에서 수련을 모두 마칠수도 있고, 작은 병원에서 여유있게 시작하여 경험을 쌓은 후 케이스를 많이 볼 수 있는 다른 병원으로 일자리를 옮길 수도 있습니다.

외래가 진료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과들의 경우에는 일부 개인의원에서의 근무도 2-3년씩 수련기간으로 인정 받을 수 있습니다. 이직이 자유로우므로, 수직적인 상하관계가 심하지 않고 개인의 역량과 경험이 상당히 존중받는 분위기입니다.

과를 이끄는 관리직급의 의사들도 팀의 만족도나 개개인의 목표에 관심을 많이 가지는 편이고, 직무 외적으로 사생활을 침범하거나 불합리한 일을 시키는 경우가 적다고 느꼈습니다.

환자진료와 환자와의 의사소통 면에서, 문화적으로 의사와 환자의 신뢰관계가 잘 형성이 되어있는 편입니다. 제가 제시하는 환자상태에 관한 관점이나 처치를, 환자와 보호자들이 전문가의 의견으로 믿고 따르고 있구나 하는 느낌을 받습니다.

저는 특히 지금은 중환자실에 근무하고 있어서 최선을 다했음에도 좋지않은 결과가 나올때가 많은데요, 그 결과를 받아들이는 데에 있어서 훨씬 이성적이라고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Q. 독일에서 의사생활을 원하는 후배들에게 해주시고 싶은 이야기

제가 외국에 나와서 느낀 점 중 하나는, 현대의학은 가장 첨단을 달리는 과학의 한 분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사회문화적인 영향을 깊게 받는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분명히 같은 학문적 기반을 가지고 같은 환자를 접근할때에도, 환자 치료에 대한 의사결정의 전반적인 과정이 다를 때가 있습니다.

단순히 내가 가지고 있는 의학지식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내가 이 나라, 이 문화의 사람들을 잘 이해하지 못해서 최선의 판단을 내리지 못한다고 느낀적도 많았고요.

해외에서의 의사생활에 빠르기 적응하기 위해서는, 결국 그 나라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문화를 이해하고 맞추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외국에서의 의사생활은 결국 외국으로의 이민을 뜻합니다.

물론 다시 언젠가 한국으로 돌아올수도 있고, 다른 원하는 삶의 모델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외국에서 의사생활을 하는 것은 그곳에 기반을 잡고 이민을 가는 것이 대전제가 됩니다.

단순히 외국에서의 의사생활이 아니라, 이민에서 올 수 있는 모든 상황을 고려해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내가 아는 시스템, 가족이나 친구와 같은 인간관계일수도 있고, 모국어로 편안하게 즐기는 문화생활이나 음식일수도 있습니다.

삶의 터전을 옮길때 내가 놓아야 하는 부분들이 어떤 것인지 미리 생각해보고 나오는 것이, 그 상황이 왔을때 잘 이겨내는데에 도움이 됩니다.


Q. 우리 의대 졸업 후 기억에 남거나 좋았던 부분과 개선해야 할 부분

최고의 병원에서 여러분야의 최고의 교수님들께 의학이라는 학문의 기본을 배울 수 있었던 덕분에, 이렇게 다른 나라에서 다른 언어로 일하면서도 늘 자부심과 자신감을 안고 생활할수 있습니다.

단순히 배운 내용뿐만 아니라, 학문을 대하는 자세와 우리가 의학의 발전을 선도한다는 자부심이 저도 모르는 사이에 제 마음속에 새겨진 것 같네요.

그리고 지금은 각자 다른 길을 가고 있지만, 학창시절로 기억되는 동기들과의 추억이 참 크게 남는 것 같습니다. 매일 같은 교실에서 얼굴을 마주치며 수업을 듣고, 함께 웃고 떠들고 고민을 나누던 시간들이 무척 소중하고 애틋하게 느껴집니다.


Q. 후배들이 의대 생활 중 꼭 했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면?

지금 학교생활을 하시는 후배님들이나 이제 막 의사로서 일을 시작하신 후배님들에게는 무척 혼란스럽고 힘든 시간일 것 같아서, 제가 어떤 일을 꼭 해라 이런 조언을 드리기가 조심스럽습니다.

아마 각자가 자신의 상황에서 치열한 고민을 거듭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제가 결정한 끝에 독일에서 의사로서의 삶을 이어나가고 있지만, 이 길 자체가 선뜻 쉽게 선택할 수 있는 경로도 아니고, 모두에게 추천할 만한 일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대로만 하면 중간은 간다, 실패는 없다" 하는 선택지 자체는 예전에도 지금도 존재하지 않는 것 같기도 해요.

그런 만큼 지금, 또 앞으로 후배님들께서 원하는 삶의 방향에 대해서 정말로 진지하게 고민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삶의 방향이 단순히 "어떤 전공을 하겠다", "교수가 되겠다, 개업을 하겠다"를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본인의 인생에서 정말로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내가 원하는 직업인으로서의 삶은 어떤 것인지, 자신의 정체성을 어디에서 찾을지, 치열하게 고민해보셨으면 합니다.


큰 틀에서 자신이 가야 할 방향을 아는 사람은 작은 일에 잘 흔들리지 않고, 또 흔들린다고 해도 금방 다시 균형을 찾습니다.

큰 틀이라고 해서 꼭 대단한 목표일 필요도 없습니다. 자기자신을 잘 파악하는 사람이 자신에게 꼭 맞는 삶을 찾아낸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쓰고보니, 지금의 상황과 관계없는 추상적인 이야기를 드린 것 같네요.

제가 학생때 이런 글을 읽었다면 정말로 하나도 와닿지 않았을 것 같아요…^^

당장 내년조차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 어떤 조언을 드릴 수 있을지 정말 많은 고민이 됩니다만 "지금 내가 선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십시오."

바꿀수 없는 일, 할 수 없는 일을 붙잡고 너무 마음 쓰지 마시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기 위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시작하십시오."

설령 나중에 다시 계획이 바뀌고, 내가 한 일이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고 해도, 스스로 결정하고 행한 크고 작은 일들이 주는 성취감은 다음 도전을 할때에도 큰 원동력이 됩니다.

다시한번, 지금 이 힘든 시기를 지나는 후배님들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05505) 서울시 송파구 올림픽로 43길 88 울산대학교 협력병원 02-3010-4207, 4208, 4209

홈페이지 문의 : wj0216@ulsan.ac.kr, 동문회 문의 : esmoon@ul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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