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이라는 단어는 누구에게나 막연한 두려움을 줍니다. 지진, 태풍, 화재, 감염병 유행, 전쟁과 같은 사건들은 단순히 일시적인 충격에 그치지 않고, 삶의 기반과 치료 인프라를 무너뜨리며 사람들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합니다.특히 신장질환자, 그중에서도 혈액투석을 받는 환자들은 재난 상황에서 가장 먼저, 가장 심각하게 영향을 받는 대표적인 취약군입니다.이 글에서는 바로 이런 환자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학문 분야, '재난 신장학 (Disaster Nephrology)'에 대해 소개드리고자 합니다.아직은 국내에 다소 생소할 수 있는 분야지만, 점차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으며, 특히 신장질환을 전공하는 의사들에게는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혈액투석 환자는 일반적인 재난 상황에서도 단 2~3일만 치료를 받지 못해도 생명이 위급해질 수 있습니다.문제는 재난이 발생하면 인공신장실 자체가 타격을 입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정전, 단수, 도로 단절, 건물 붕괴, 감염 격리 등은 곧바로 투석 중단으로 이어집니다.또한 환자들은 고령이거나 거동이 불편한 경우가 많아 신속한 대피도 어렵습니다. 결국 재난 상황에서 의료 인프라뿐 아니라 사회 기반시설 전반이 신장질환자들에게는 생명과 직결된 조건이 되는 셈입니다.재난은 예고 없이 찾아옵니다. 그러나 준비된 의료진과 환자는 피해를 최소화하고, 더 많은 생명을 지킬 수 있습니다.신장질환자들은 더 이상 단순히 '약한 환자들'이 아니라, 우리가 먼저 보호해야 할 존재입니다.환자 스스로도 재난 가방을 준비하고, 응급 식단을 이해하며, 본인의 병력과 투약 정보를 요약해 소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의료진은 위기 상황에서도 치료 연속성을 지킬 수 있는 시스템과 교육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지금도 전국의 수많은 투석실과 의료진이 묵묵히 이 역할을 해내고 계십니다. 이 글을 통해, 우리가 한 번쯤은 '재난 상황에서 누가 가장 먼저 위험에 처하는가'를 떠올려볼 수 있다면, 그것이 변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재난신장학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